기업들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서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금융시장이 불안해져 웃돈을 주고도 돈을 빌리기 쉽지 않다.
한 증권사 회사채발행 담당 임원은 "미국의 금리인상 전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이 서둘러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며 "다소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지만 하반기 이후 자금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를 더 우려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는 기업들의 선제 자금조달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 4월 전체 크레딧시장의 순발행은 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회사채 AAA~A등급 기업이 조달한 발행 물량은 6조1300억원에 달했다. 2013년 이후 가장 많은 조달액이다.
올해 1~4월까지 누적 순발행 (4조7700억원) 역시 2013년 이래 가장 많은 물량이 순발행됐다.
덩치 큰 대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이 달 중 3·5·7년으로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다. 앞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1조7700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2012년 4월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1월 현대제철이 세운 종전 사상 최대 기록(1조4300억원)을 뛰어 넘었다.
LG하우시스도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LG디스플레이는 빠르면 이달 말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채권만기는 3~5년을 검토 중이다. 조달한 자금은 운영자금 등에 쓸 계획이다.
롯데렌탈은 2·3·5년물 등으로 나눠 총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이달 말 발행할 예정이다. 수요예측 절차는 오는 23일께 실시될 계획이다.
롯데렌탈은 앞선 2월 회사채 시장을 찾아 한 차례 자금을 조달해가기도 했다. 당시 2000억원을 공모액으로 제시한 결과 총 4800억 원 가량의 청약금을 확보했다. 넘치는 수요를 감안해 발행 규모를 최종 2900억원으로 확정했다.
한화케미칼은 오는 24일 3년물 회사채 500억원어치 발행할 예정이다. 한화케미칼은 올 10월 11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한화케미칼은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 규모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한화종합화학 인수 잔금과 한화갤러리아(A-)에 대한 2000억원 규모의 출자 등으로 자금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2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한다.
KB증권 김수연 연구원은 "6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장의 경계감은 있을 수 있으나, 국내 시중금리의 제한적인 움직임이 전망되고 있어 우량 크레딧물에 대한 시장의 우호적인 심리는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해 상반기는 기업들의 선제 자금조달 성향이 상당히 높은 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