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통령 탄핵 이슈에 흔들리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 들어 미국계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 대규모로 유입된 만큼 미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시장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미국계 자금 7조1000억원 가량이 순유입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결정된 지난해 11월 이후부터로 보면 미국계 자금의 유입규모는 9조50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노믹스(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로 일컬어지는 재정확대, 감세, 인프라투자 등 경제 활성화 공약들이 힘을 받으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청신호가 켜졌고, 자금들도 신흥국에 몰리기 시작했다.
미국계 자금은 채권시장에서도 1조원 안팎의 채권을 사들였다.
지난해 말 한국 채권을 정리했던 것과 달리 지난 1월 소폭 순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2월에는 5000억원, 3월 4000억원, 4월 2000억원으로 매달 꾸준히 장기채를 중심으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미국계 자금의 향방이다.
트럼프 탄핵 이슈에 자금이 대거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먼저 발을 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실제 탄핵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크지 않더라도 트럼프노믹스는 힘을 잃었고, 불확실성은 자금의 움직임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이미 환율 시장에서는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증시의 경우 연초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 지면서 차익실현에 나서기도 좋은 상황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국계 자금은 이미 지난달 3000억원을 팔아치우며 14개월 만에 순매도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지난 주말까지 다시 1조1600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나타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간의 과도한 낙관론과 트럼프 노믹스의 후퇴는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할 수 있다"며 "트럼프 탄핵 이슈가 불거지면서 중장기 투자성격이 강한 미국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심리 강화가 미국계 자금이탈의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강현구 KB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은 신흥국에게 악영향을 미치지만 단기에 그쳤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기본적으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경기개선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