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가구회사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사진)이 사회와 했던 약속을 서서히 지켜나가고 있다.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을 몸소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사재를 털어 설립한 공익법인 '한샘DBEW연구재단'(드뷰재단)과 '솔루션 탱크'를 표방하며 지난해 출범한 재단법인 '여시재' 등을 통해서다.
28일 한샘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지난 26일 드뷰재단에 한샘 주식 100만주를 증여했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2155억원(23일 종가 기준) 어치다.
이에 따라 한샘 대주주였던 조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19.7%에서 15.45%로 줄었다.
앞서 조 명예회장은 자신의 보유주식의 절반인 약 260만주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부를 약속했던 2015년 3월 26일 당시 종가 기준으론 약 4600억원 규모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 4월에도 6만주의 한샘 주식을 기부한 바 있다.
한샘 관계자는 "앞으로 드뷰재단이 사업을 확대하면서 조 명예회장이 약속했던 나머지 주식 기부도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드뷰재단은 조 명예회장이 한샘 주식 60만주를 처음 출연하면서 2012년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뷰의 영문인 'DBEW'는 'Design Beyond East &West'의 줄임말이다. '동서양을 넘어서는 디자인'으로 번역할 수 있는 드뷰는 한샘이 1990년 당시 세운 최초의 민간디자인연구소인 '한샘DBEW연구소' 시절부터 써 왔던 용어다.
건축과 디자인을 전공했던 조 명예회장은 1970년 당시 한샘의 전신인 '한샘산업사'를 설립했다. 한샘산업사는 서울 은평구 연신내의 7평 규모 비닐하우스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건축학도였던 조 명예회장이 '가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의 시작은 부엌'이라는 생각으로 입식 부엌가구를 제작하는 회사를 만들었던 것. 한샘이 주방가구의 대명사가 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그는 전통 부엌을 입식 부엌으로 바꾸면서 부엌에 '가구'와 '디자인'이란 개념을 도입하며 지도에 없는 길을 개척해나갔다.
특히 1970년 이후 본격화된 강남 개발 등 아파트 건설 붐이 불어닥치며 당시 조 명예회장이 야심차게 선보인 '입식 부엌'은 일반 가정의 또다른 주거공간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했다.
한샘 관계자는 "드뷰는 한샘의 디자인 철학을 간명하게 정리한 단어"라면서 "동서양을 넘어서는 디자인이란 의미의 드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디자인 철학 뿐만 아니라 한샘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조 명예회장은 또 드뷰재단에 기부한 자금을 통해 지난해 8월엔 재단법인 '여시재(與時齋)'를 출범시킨 바 있다. 조 명예회장은 현재 기금 출연자로만 남아 있을 뿐 이사회 활동 등 여시재 운영 전반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시재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출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21세기 대전환기를 맞아 한국과 동북아, 그리고 세계의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능동적으로 대비하는 역할을 할 싱크탱크가 꼭 필요하다"면서 "여시재는 독립된 공익재단법인으로서 당장의 현안에 매달리기보다는 한 걸음 떨어져서 통일한국의 변화와 동북아의 변화를 주도할 정책 개발과 인재 육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시재의 미션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여시재는 '시대와 함께하는 집, 미래신문명을 탐구하는 학교, 변화의 솔루션을 제안하는 광장'을 모토로 동북아와 새로운 세계 질서, 통일한국,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등을 연구하고 논의하는 장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출범 당시부터 참여 인사들의 면면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김현종 전 UN대사, 안대희 전 대법관, 이공현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을 비롯해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정창영 삼성언론재단 이사장, 이재술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대표 그리고 상근 운영진으로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운영 담당 부원장), 조정훈 전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지역대표(대외 담당 부원장), 이원재 전 희망제작소장(기획이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언어와 국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지식과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글로벌 지식 플랫폼을 구축하고, 미래를 이끌 주역들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인재 양성, 교육 등이 여시재가 지향하는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