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경제>경제정책

[재벌개혁, 빛과 그림자]②골목상권 보호 일감규제에는 공감, "계열사 이익 가로채기 아니다"



재벌은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기업구조다. 과거 정부 주도 아래서 추진된 압축성장의 과정에서 잉태되고 자란 경제 권력이다. 덕분에 재벌 오너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나 골목상권 침해, 불공정 하도급 거래 시정, 독과점 등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도마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골목상권 및 중소상인 보호'를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유통 대기업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그러나 의무 휴업일 증가, 적용대상 확대 및 출점 제한 조치 가능성이 커진다고 골목상권이 살아나지 않는다며 유통업계는 '규제 완화'의 목소리를 낸다

◆취지에는 공감, "계열사 이익 가로채기 아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 등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대기업 내부거래를 전담하는 '기업집단국'을 신설해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그룹 차원에서 총수일가가 최대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의 가치를 키운 다음 상장 등을 통해 총수일가의 자산 가치를 늘려주는 것)를 제대로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과징금 등 금전적 제재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현재 상장사는 지분 30% 이상, 비상장사는 20% 이상만을 규제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자동차그룹 내 글로비스 이노션 등 계열사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29.9%여서 '규제망'을 피해왔다. 하지만 20%대로 낮춰지면 지분을 대규모로 매도해야 할 처지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20.82%)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만 20%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규제 압박은 덜할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계열사 일감의 수혜법인은 대부분 지배주주 일가가 해당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지배주주 일가에게 있어 현재의 재산가치 형성 뿐만 아니라 추후의 경영권 승계 등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방안이 강화될수록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규제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일감 수혜법인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유인이 커질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큰 틀에서 양극화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재벌 오너가 일감 몰아주기로 버는 돈이 양극화를 완화할 정도로 크지 않아서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재벌그룹 오너를 감옥에 넣고, 공정하게 일감을 나눠주는 일은 하청업체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줄 청량제가 되겠지만, 실질적인 소득 불평등 완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 간 상품·용역거래에 대한 경제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가 기업의 사익편취와 상관관계가 낮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총수가 있는 민간 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상품·용역거래를 분석한 결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총수가족 소유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나 20% 이상인 비상장사와 거래한 계열사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2.86%포인트 더 높았다. 특히 내부거래 계열사 중 총수 가족 소유 지분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부터의 매입 비중이 10%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ROA는 0.38%포인트씩 증가했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총수 가족의 소유 지분이 높은 기업으로부터 상품·용역을 매입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도입 근거와 상반되는 결과다. 총수 가족의 지분이 10%포인트 증가하면 계열사 매출 비중은 1.72%포인트 감소했다.

법원의 판단도 그렇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SK그룹 계열사들이 SK C&C 지원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쪽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건설·증권·이노베이션·에너지·네트웍스·플래닛은 과징금 347억여원을 돌려받게 됐다. 공정위는 2012년 SK그룹 회사들이 계열사이자 전산시스템통합(SI) 업체인 씨앤씨와 장기로 수의계약을 맺고, 2008년부터 2012년 6월 사이에 시장의 정상가격보다 현저하게 높은 인건비 단가를 적용해 1190억원을 부당지원(지원성 거래금액에서 추정)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SK C&C는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증거자료를 빼돌리는 등 방해행위를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프랑스의 실패 교훈…골목상권 보호 실효 정책 절실

한국경제연구원



김 후보자는 취임 후 과제 1순위로 "골목상권 문제를 우선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재벌 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출발이라면 경제민주화 완수는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약자들 삶의 개선이라고 하니 (문재인) 대통령이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내정자도 "재벌은 신생 독립국의 경제가 짧은 시간 내 성장하는데 기여한다. 다만 중소기업·협력기업과의 상생이나 공정거래에는 아쉬움이 꽤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더 넓은 글로벌 세상에 가서 경쟁하고 골목으로 들어와서 경쟁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맹본부와 유통업 등의 대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통해 가맹·대리점과 골목상권 등을 보호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프랑스가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준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프랑스 유통업 규제 변화 및 국내유통정책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소매업 개점 제한 규제인 '로와이에법'을 지난 1970년대부터 제정해 실시해 오고 있다. 로와이에법에 따라 매장면적이 3000㎡ 이상인 점포를 개점할 경우 정부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제도 시행에도 불구, 대형점포가 계속 설립되자 1996년 허가가 필요한 최소매장 면적을 300㎡로 하향 조정하는 '라파랭법(La loi Raffarin)'까지 제정했다. 그러나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매장면적 300㎡ 이하의 초소형할인점인 '하드디스카운트스토어(HDS)'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프랑스 정부는 또다시 2008년 허가 필요 매장면적을 1000㎡로 상향 조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로와이에법 시행 이후 오히려 소규모 점포의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소규모점포인 전문식료품점의 매출액은 1970년 32.2%에서 2013년 17.8%로 크게 줄었다.

반면 대형점포에 속하는 하이퍼마켓의 매출액은 1970년 3.6%에서 2013년 36.5%로 증가했다. 또 기업형 슈퍼마켓의 매출도 1970년 9.0%에서 2013년 28.8%로 증가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골목성권 보호 등 취지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과거 실패의 경험 때문에 우려가 적잖다. 경험상 단순한 재벌 때리기는 불황에 취약하다는 결정적 약점이 있다. 재벌 옥죄기로 대기업 투자가 위축되면 문재인 정부의 최대 공약인 일자리 늘리기도 역풍을 맞을수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