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가 삼성의 승마지원이 최순실의 '아집' 때문에 정유라에게 지원됐다고 증언했다.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21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는 박원오 전 전무가 출석했다.
박원오 전 전무는 50여 년간 승마계에 종사하며 국내외에서 상당한 입지를 가진 인물이자,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꼽혀왔다. 그는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가 된 후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승마협회장)이 아시아승마협회장 선거에 출마할 때 당선되도록 도움을 제공한 바 있다.
최순실씨가 독일에서 삼성의 지원을 받는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박 전 전무는 다양한 버전의 승마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이후 승마협회의 손을 거쳐 승마지원안으로 구성됐으며 삼성은 이 지원안을 바탕으로 국내 승마 선수들의 독일 전지훈련을 추진했다.
이날 재판에서 박원오 전 전무는 삼성의 승마지원이 정유라 지원으로 바뀐 경위를 설명했다. 박 전 전무는 삼성이 선수 선발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에서 선수를 뽑으려고 했지만 누군가를 뽑으려 한다고 하면 최순실씨가 '그건 안 된다, 이렇게 뽑으면 안 된다, 누구는 안 된다'고 말했다"며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승마협회 부회장)가 승마 지원 방안을 고심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2015년 11월 정유라가 사용하던 말 '살시도' 소유권과 관련해 최순실이 격분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박 전 전무는 "정유라의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 여권에 삼성전자가 소유주로 표시돼 최순실씨가 격노했다"며 "최순실이 '이재용이 VIP(대통령)한데 말 사준다고 그랬지 언제 빌려준다 그랬냐. 당장 박상진을 독일로 들어오라고 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 전 전무에 따르면 박상진 사장은 "바쁜 사람을 오라 가라 하느냐. 일정 조정해 연락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삼성의 승마지원이 본래 계획에서 틀어졌다. 11월 승마협회는 선수 추천 공문을 보내며 협회장배 대회를 열고 10명의 선수도 선발했다.
승마선수 훈련을 위해 독일에 갔던 박재홍 전 감독은 지난 12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발된 선수 가운데 지원 대상을 다시 고르고 독일로 데려오려 했지만 최순실씨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최씨의 연이은 훼방에 승마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박재홍 전 감독은 12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련의 과정을 두고 박 전 전무는 "을이 갑처럼 행동했다"고 회상했다.
최씨의 아집이 지속되자 승마 선수들에 대한 지원을 주장해온 박 전 전무도 버티지 못하고 12월 2일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박 전 전무는 "12월 7일 국내에서 관련자들을 모아 대책회의를 열고 '(승마지원이 정유라 지원으로 왜곡된)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큰 문제가 된다. 원안대로 6명의 선수를 선발하고 정유라 역시 선발 시합에 나와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 전 전무는 최순실씨가 독일 법인 운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최순실씨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다. 회의에서 나온 결론을 최순실씨에게 전달하고자 김종찬 전 승마협회 전무에게 이메일로 보냈다"며 "김 전 전무가 김종 전 문체부 차관에게 보고하고, 김 전 차관이 최순실씨에게 전달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순실씨가 박재홍 전 감독에게 보복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최순실씨의 방해로 박재홍 전 감독이 뜻을 이루지 못하자 한국으로 돌아갔다. 2월에 마사회와 재계약을 했는데 최순실씨가 박 전 감독을 내쫓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사회가 박 전 감독에게 사직을 종용하기에 김영규 마사회 부회장을 찾아가 항의했다"며 "김 부회장이 현명관 마사회장의 의지라고 말했다. 최순실씨가 전화한 것 아니냐 따져 물으니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박 전 전무는 삼성 승마지원이 이뤄진 과정에 대해 "계약과 달리 점차 변질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