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방향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체 고용의 88% 가량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자영업자로 대표되는 소상공인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서 시작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지난 1일 발표한 '일자리 100일 계획'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주당 법정 근로시간 68→52시간 단축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키로 하면서다.
기업들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를 경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적게는 약 81조원, 많게는 100조원 가량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가 많은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걱정이 더욱 커졌다.
중소기업계는 또 근로시간이 정부의 뜻대로 주당 52시간으로 줄어들 경우 중소기업들만 연간 약 8조6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력난이 더욱 가중될 것임은 물론이다.
4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적용되고 있는 최저임금 6370원(시간당)과 대상근로자 336만6000명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2018년 7485원, 2019년 8660원, 2020년 1만원으로 각각 늘어날 경우 2020년까지 3년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81조5259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기간 최저임금 적용 대상 인원이 505만4000명(2018년), 662만4000명(2019년), 882만2000명(2020년)으로 각각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최저임금이 바로미터가 될 경우 나머지 임금협상에도 영향을 줘 이를 감안하면 최저임금 1만원 인상으로 3년새 기업들 부담은 약 10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추정이다.
그동안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현행 제도 대신 업종이나 지역 등에 따라 차등을 둬야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최저임금에 상여금이나 식대 등 각종 수당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이대로라면 많은 자영업자가 인건비를 견디지 못해 도산할 것"이라며 "정부는 자영업자들이 오르는 인건비를 감내할 수 있는 장기 비전을 제시하든가 인건비 인상 충격을 완화해줄 보완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당장 이달부터 시작되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동결'을 주장하며 노동계뿐만 아니라 정부와도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가뜩이나 사람을 구하기 힘든 중소기업들의 경우엔 돈도 돈이지만 대체 인력 조달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30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99.5%에 달하는 점을 감안해 기업 규모에 따라 시간차를 두고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특히 휴일근로에 따른 인건비를 100%로 인정해 지급할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단축이 현실화되면 연간 소요비용은 12조3000억원 가량에 달하고 이 가운데 70%인 약 8조6000억원이 중소기업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경만 경제정책본부장은 "경영계는 근로시간 단축만으로는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노동시장 유연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늘 강조해왔다"며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을 추진하려면 노동시장 유연화의 관점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중소기업계는 그동안 ▲근로계약 해지에 대한 일반규정 신설 ▲임금체계 연공성 완화 ▲경영상 해고요건 완화 등을 중심으로 한 노동시장 유연화를 꾸준히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는 결국 '쉬운 해고'를 명문화하자는 것으로 노동계 반발은 물론이고 '일자리의 질'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대치되는 대목이다.
이를 인식한 듯 일자리위원회는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의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이달 중 마련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분배 악화와 격차 심화의 문제에 일자리가 자리하고 있기에 단번에 해결되지 않더라도 일자리 추경을 통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정부가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면서 "일자리 추경은 취약계층의 소득 감소에 대한 시의적절한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