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불황으로 최악의 수주절벽을 겪은 국내 조선업계가 조금씩 회속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대형 수주 성공으로 벌써 연간 수주 목표치의 절반을 넘어섰다. 최근 해외 프로젝트 참여 방식이 단순 수주에서 투자개발형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가 세계 최대 가스전 모잠비크 코랄(Coral) 프로젝트에 8억 달러(약 8966억4000만 원)를 무역보험을 제공하는 등 지원에 나서 수주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25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해양플랜트 모잠비크 코랄 부유식 LNG 생산설비 FLNG 프로젝트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K-Sure가 모잠비크 북부 해상 4광구 내 코랄 가스전에서 천연가스 생산 및 처리설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8억 달러 규모의 무역보험을 지원한 영향이 크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삼성중공업과 프랑스 테크닙, 일본 JGC사가 공동으로 총 50억 달러 규모의 컨소시엄을 구성했는데 이 중 삼성중공업 공사 금액이 25억 달러 규모로 가장 크다.
삼성중공업은 구매액의 60%를 국내 기자재업체로부터 조달할 예정이어서 국내 중소기업 동반진출 효과도 기대된다. K-Sure는 국내 기업의 해외 대형 프로젝트 참여에서 투자의 중요성이 커지는 흐름을 반영해 최근 지분투자와 사업운영에도 참여하는 투자개발형 해외 에너지개발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올해 들어 5개월 만에 연간 수주 목표치의 절반 이상을 조기 달성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5월 한 달간 총 13억 달러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3사는 총 20척을 수주했으며, 발주 옵션까지 포함하면 수주가 29척, 19억 달러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LNG선 2척, VLCC 5척 등 총 7척, 7억7000만 달러(8643억원)를 수주해 조선 3사 중에서 수주 실적이 가장 적은 편이다. 지난 4월 초 그리스의 선사 마란탱커로부터 VLCC 3척을 수주한 이후 두 달 가까이 추가 수주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4월 중반 열린 사채권자 집회를 전후로 채무재조정 이슈 때문에 경영진과 영업 일선에서 수주 활동에 집중할 수 없는 영향도 있었다. 대우조선이 올해 잡은 연간 수주 목표는 55억 달러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2척, 1억3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올해 수주 실적은 6배 가까이 늘어나 눈에 띄게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향후에도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실적은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LNG(액화천연가스) 관련 최신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대우조선의 전망은 밝다. 포텐&파트너스(Poten & Partners)에 따르면 2018년 하반기부터 신규 LNG 물동량이 시장에 대규모로 쏟아지면서 LNG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일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액화천연가스운반선'(쇄빙LNG선) 명명식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하고 본격적인 북극해 운송 시대를 알렸다. 쇄빙LNG선 명명식에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박노벽 주러시아 한국대사,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 등 내외빈 140여명이 참석했다. 대모(代母) 역할을 맡은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연방의회 상원의장에 의해 세계 최초 쇄빙LNG선은 '크리스토프 드 마르주리호'로 명명됐다.
행사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은 "야말 프로젝트는 막연하게 여겨지던 북극항로의 가능성을 활짝 연 것"이라며 "러시아,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 에너지 산업 발전에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