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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프랑크푸르트 선언 24주년… 멈춰버린 삼성 시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존의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 신경영을 선언한 뒤 삼성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7일 프랑크푸르트 선언 24주년을 맞는 삼성 임직원들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당시 그룹을 이끌던 이건희 회장은 병상에 누워있고 후계자로 나섰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삼성이 타성을 버리고 체질개선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디자인·품질 등 제품의 질이 높아지며 글로벌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췄고 임직원들의 처우도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거듭났다. 선언 직전 38조원이던 삼성그룹 매출은 1996년 72조원으로 증가했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매출은 지난해 201조원, 영업이익도 29조원을 넘어섰다.

게다가 1993년 당시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 인텔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업계는 올해 2분기 삼성전자가 반도체 매출에서 인텔을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삼성의 성장이 급속도로 진행됐기에 삼성 그룹에서는 매년 6월 7일 신경영 기념식을 치르고 변화의 의의를 되새겼다. 그러나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로는 큰 행사를 열지 않고 있다. 2015년 후쿠다 다미오 전 삼성고문의 인터뷰를 게재했고 지난해에는 사내 인트라넷에 이 회장의 어록을 올리는 정도로 그쳤다.

올해 사정은 더 나쁘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지난 2월 28일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개월 넘게 서울구치소에서 지내고 있다. 7일에도 이 부회장은 서울중앙지법 502호 법정에서 인민호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재판을 받는다. 삼성 그룹 역할을 맡아온 미래전략실도 해체돼 그룹 차원의 행사를 진행할 주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삼성은 신경영 선포와 관련한 행사 없이 조용한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갤럭시S8 출시, 음성인식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 서비스 등 이 부회장이 준비한 사업들은 연이어 성과를 올렸지만 총수 부재의 그늘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는 아직도 전장사업을 강화한다는 이상의 구체적인 시너지 창출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하만 인수의 주역이던 이 부회장은 이후 전장사업 강화와 시너지 창출에 있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구속으로 인해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자동차그룹 엑소르(Exor)사의 이사회에서도 이 부회장이 배제됐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에서 이 부회장은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2012년 5월부터 엑소르 사외이사를 맡아왔지만 출국금지 조치로 지난해 11월 이사회에 불참했고 4월과 5월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5월 이사회에서는 이사 4명을 교체하는 안건이 결의됐는데 교체 이사에는 이 부회장도 포함됐다. 현재 엑소르 이사회에서는 이 부회장이 제명된 상태다.

이 부회장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중국 보아오포럼 등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작업도 수포로 돌아갔다. 때문에 삼성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 당장 삼성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이는 총수 없이도 회사가 잘 운영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농사를 지을 때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린 뒤 제 때 물을 주고 병충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열린 작물을 수확하는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비유했다. 지금의 실적은 과거 이 부회장과 경영진이 만들어낸 결실이라는 의미다.

그는 "2008년에도 특검 수사를 받느라 5대 신수종사업 선정이 늦어져 태양광과 LED 분야에서 경쟁력을 상실했다"며 "이 부회장의 부재로 글로벌 비즈니스가 마비됐다. 만약 이런 상황이 더 길어진다면 5년 뒤, 10년 뒤 삼성은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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