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26차 공판이 열렸다. /오세성 기자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전환에 법적인 하자가 없었다는 금융위원회 증언이 나왔다.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26차 공판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금융위원회 손병두 상임위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 사전 검토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특검은 "금융위 금융정책국은 금융지주회사에 있어 국내 최고 전문가 집단"이라며 손 상임위원에게 삼성생명이 금융지주 전환을 위해 금융위에 사전 검토를 요청하는 것이 정당했는지, 판단에 외압이 없었는지 등을 물었다. 손 상임위원은 지난해 6월까지 금융정책국장을 맡아왔다.
손 상임위원은 "금융위나 금감원에 요청하거나 두 곳 모두에게 신청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은 그 과정에 있어 법률 해석 문제가 맞물려 금융위의 해석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금융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최소 5.2조원에서 최대 7조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최단 2년에서 최장 7년 사이에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삼성이 먼저 검토를 요청하며 자료를 보내왔다. 헌데 법 해석 가능성을 최대한 넓게 보고 있어서 이를 반박하려면 많은 검토가 필요했다"며 "처음부터 부정적이진 않았다. 검토를 하며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법대로 해석하면 5.9조와 7조, 2년 이내와 7년 이내 모두 가능하다"며 "하지만 금융위는 삼성과 시각이 다르다고 실무 차원에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법 해석 시각이 달라진 이유로는 금융위의 입장을 강조했다. 손 상임위원은 "당시 총선이 예정되어 있었고 시민단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논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며 "법리적으로는 삼성의 해석도 가능하지만 최대한 엄격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국정감사나 청문회 등에서 우리가 의심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정상이지만 영향력이 큰 삼성이었다. 우린 그렇게까지 해줄 생각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관대한 법 해석으로 삼성의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고 불편을 겪고 싶지 않았다는 의미다.
금융위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것을 감수할 생각은 없었지만 삼성의 금융지주 전환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손 상임위원은 금융위는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지주 확산을 꾸준히 추진하지 않았느냐"는 변호인단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전환은 국내 금융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동시에 가장 강력하고 투명한 규제를 받는 것이 맞냐"는 질문에도 "그 편이 규제기관에도 바람직하다. 금융지주 전환 자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계획의 일부에 반대한 것 뿐"이라고 동의했다.
손 상임위원은 판단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이 없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특정한 방향으로 검토하라는 지시 받거나 들은 적 있느냐"는 변호인단 질문에 "그런 일이 없다"고 답했다. 특검의 진술조서에 따르면 손 상임위원은 이승재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무에게서 "필요하다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설명하겠다"고 들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손 상임위원은 "상급기관에 압력을 가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며 특별한 의도가 없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또한 임종룡 위원장에게 별도 연락을 받은 것도 없으며 위원장은 실무진을 계속 지지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 대해 특검은 "삼성생명 금융지주 전환을 추진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고 전환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며 "주무부처에서 사안을 검토하는 것이 청와대에 수시로 보고됐고 박 전 대통령이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 변호인단은 "청와대의 압력이나 지시가 없었다는 증언이 이전 증인들과 일치한다"며 "금융위는 입장에 변화가 없었고 삼성은 2년 내에 7조원어치 지분을 매각할 방법이 없어 전환을 포기했음이 명확하다. 이는 특검의 공소사실과 대치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