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늘어난 가계대출의 주범으로 꼽힌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 정책모기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의 강도를 높이면서 이미 은행권의 주담대는 충분히 위축된 가운데 정책모기지를 활용해 내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4월 은행권이 판매한 적격대출은 5조1000억원, 보금자리론은 7조6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총 1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조7000억원이 늘었다.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 등은 모두 정책모기지다. 보금자리론은 중산층 이하를 위한 금융상품이며, 적격대출은 소득 조건이 없어 보금자리론 등을 이용할 수 없는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상품이다.
특히 적격대출은 시중 은행이 판매를 대신 하긴 하지만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저당증권을 기준으로 금리를 낮게 제공하는 반면 장기 고정금리가 가능해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전체 주담대가 지난해보다 5조4000억원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모기지를 제외한 은행권의 주담대 판매는 사실상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금융당국이 추가로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다면 정책모기지까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주금공은 올해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연간 한도를 40조원 안팎으로 설정했다. 이 한도만 다 쓰더라도 가계부채 증가율이 연 5% 이상이 된다.
지난해 한도가 조기에 소진되면서 2조원의 적격대출 한도를 추가로 편성했고, 올해도 수요가 몰리면서 3~4월에는 월중에 판매가 중단된 만큼 한도가 늘어날 여지도 충분하다.
동부증권 이병건 연구원은 "이미 은행들은 몸을 사리기 시작했고, 개별 은행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올해 집행된 주담대는 실질적으로 모두 유동화조건부인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결국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적정수준으로 낮추려 한다면 안심전환대출과 더불어 크게 확대된 적격대출, 보금자리론의 한도를 조정해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가계부채 구조개선과 서민금융지원이라는 명분이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정책당국이 정책모기지를 줄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은행의 주담대 증가세는 상당한 수준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