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슈퍼마켓 업체 카이저. 이 곳 체인 매장 내에는 에스컬레이터 속도를 늦추는가 하면 전동 휠체어가 다니기 편하도록 통로폭을 넓히는 등 노인친화적(Senior Friendly) 쇼핑 환경이 만들어졌다. 매장 내 돋보기 비치는 기본이고 긴급호출 버튼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고령화가 가팔라 지면서 '뉴 시니어(New Senior)'가 강력한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젊음을 핵심으로 한 시장도 여가ㆍ문화ㆍ소비를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까지 다양화 하는 추세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갈 길은 멀다. 이에 고령화 시대의 새로운 소비계층인 '뉴 시니어(New Senior)'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삼정KPMG가 발간한 '고령사회 진입과 시니어 비즈니스의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 진입에 이어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걸린 기간은 18년으로, 미국(73년)과 독일(40년) 등 다른 선진국 대비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1.25명으로 세계 224개국(평균 2.54명) 중 220위로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등 저출산과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으로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다.
보고서는 소비패턴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고령사회의 핵심계층이 될 '뉴 시니어(New Senior)'의 소비행동에 대해 기업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뉴 시니어' 세대는 스스로를 부양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소비여력으로 외식, 여가, 문화활동에 대한 소비지출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삼정KPMG는 자산과 소득을 갖춘 시니어의 증가로 '시니어 비즈니스(Senior Business)'라는 거대 소비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주요 선진 기업의 사례와 함께 시니어 비즈니스 전략을 제시했다.
독일의 대형 체인 슈퍼마켓인 카이저(Kaiser's)는 매장의 복도를 넓히고, 진열대에 돋보기를 설치하는 등 '시니어 친화적(Senior Friendly)'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이동통신 주요 3사는 글자 크기를 확대하고, 소프트웨어를 40% 줄여 제품을 단순화 하는 등 시니어 계층의 편의성을 고려한 전용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노년층의 불편해소를 돕는 제품과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활동적이고 자율적인 노후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시니어 계층의 증가로 건강관리에 대한 시니어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일부 유통업체에서는 시니어들이 즐겨 찾는 건강식품들을 모아 전용 세션을 구성했고,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한 건강관리 등 헬스케어와 연관된 시니어 스마트 기기 비즈니스도 증가하고 있다.
여가ㆍ문화ㆍ소비를 즐기는 시니어를 위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전략도 주목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시니어 관광사 '클럽 투어리즘'은 은퇴한 시니어를 대상으로 고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평일에 저렴한 여행을 기획하여 시니어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비슷한 취향과 공통된 여행목적을 가진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일상지원 등 비금융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계좌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비서 서비스인 '컨시어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는 자산ㆍ보험 관리 등 금융관리뿐만 아니라, 시니어 택시 서비스 및 주택 리폼 서비스 등 시니어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둔 일상지원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의 김광석 수석연구원은 "본격적인 고령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앞으로 시니어 시장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며 기업들은 이를 고려하여 장기적인 시각으로 시니어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금의 시니어를 고객으로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중년층이 향후 시니어 소비자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정KPMG 유통·소비재산업본부 신장훈 전무는 "시니어 비지니스는 더 이상 특수한 사업영역이 아니며, 미래 성장을 주도할 핵심사업의 일환으로 인식을 변화시킬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국내 시니어의 소비패턴 분석은 물론 시니어 비즈니스가 활성화된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크하여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 전무는 또한, "기존 산업에 기반한 시니어 비즈니스 사업 발굴뿐만 아니라, 신규 시니어 비즈니스 사업 발굴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