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손진영기자 son@
올 들어 한국경제가 수출 호조 등 뚜렷한 경기회복세를 보이면서 한국은행이 그간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거두고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은은 현재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 수준으로 11개월 연속 동결하며 장기간 저금리 정책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창립 제67주년 기념식에서 "우리 경제는 완만한 소비 회복세 속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투자도 호조를 보이면서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4월 공표한 전망치(2.6%)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방안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성장세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정부는 취임 후 첫 과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일자리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이날 국회에서 총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에 대해 국회의 협조를 기대하며 취임 첫 시정연설을 했다.
이 총재는 이어 "경제 상황이 앞으로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등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이 같은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 총재가 통화정책 기조의 변경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재는 다만 "최근 성장 모멘텀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되려면 내부 구조적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며 "경쟁 제한적 규제 완화,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등을 통해 기술혁신이나 신산업 등장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환경을 조성하고 부문 간 불균형을 완화하며 경제 선순환 구조를 복원해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 가계부채 증가세,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추이 등 금융안정과 관련한 주요 사항에 유의해야 한다"며 "금융시스템 잠재 위험 요인인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최근 한은 직원의 성희롱 스캔들을 염두한 듯 "조직생활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나라 중앙은행 직원으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자기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은은 이날 중구 본점에서 열린 창립기념식을 마지막으로 본관 리모델링 및 통합 별관 건축을 위해 태평로 삼성본관으로 임시 이전한다. 내달 13일 개최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삼성본관에서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