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놈이 수레를 끈다'.
증시 속담 중 하나로 대형주들이 시장을 이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왠지 불안한 대목이 있다.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주도하는 장세이다 보니 윗목과 아랫목 간 온도차가 너무 크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코스피지수가 첫 2000 고지를 밟았던 2007년 10월에도 요즘처럼 편식이 심했다. 당시에는 소위 '중국 관련주'로 불리는 조선·철강주가 주인공이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초 강세를 보였다. 현재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IT(정보기술)와 시클리컬(화학·철강·조선·기계) 대형주의 흐름이 2007년과 닮아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5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10종목의 시총은 569조원으로 지난해 말(496조원)보다 14.70% 늘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이 1308조원에서 1534조원으로 17.2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에 따라 상위 10종목 시총 비중은 37.08%로 작년 말(37.90%)보다 0.82%포인트 줄었다.
시총 비중이 줄어든 것은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약 21조원)과 대형주에서 중대형주로 이어진 순환매 흐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상위 50종목의 시총 비중도 69.16%에서 68.68%로 0.48%포인트 줄었다. 그러나 상위 100종목의 시총 비중은 81.05%에서 81.40%로 0.35%포인트 늘었다.
올해 들어 시총 10위 종목의 '순위표'에 큰 변화는 없었다.
시총 1∼4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삼성전자우 순서가 유지됐고 시총 9∼10위인 삼성생명과 포스코 역시 순위를 지켰다.
반면에 지난해 말 시총 7위인 NAVER가 5위로 뛰어 올랐고 삼성물산이 8위에서 7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한국전력(5→7위), 현대모비스(6→8위) 등은 순위가 떨어졌다.
실적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11조원대에서 최대 1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2분기 실적에 대한 최근 3개월 증권사들의 컨센서스는 매출액 58조2122억원, 영업이익 12조9906억원이다. 지난해 2분기와 견줄 때 매출액은 14.3%, 영업이익은 무려 59.5%나 급증한 것이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로 14조500억원을 제시했다.
시장의 예상대로라면 삼성전자가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 약 4분1을 차지한다. 에프앤가이드에서 추정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은 46조원규모다.
시장에서는 지나친 편중 현상에 우려를 보낸다. 편중 현상은 주도 업종이나 특정 종목의 '묻지마 투자'를 유도하고, 이는 결국 거품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07년에도 그랬다. 조선 철강 관련주에 과도한 관심은 버블을 만들어 냈다. 이는 코스피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2007년 11월에는 13배까지 높아졌다.그러다 금융위기란 큰 태풍이 불자 코스피가 다음해 장중 890선까지 맥없이 추락하며 반 토막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