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오찬 회동에 앞서 통화· 재정 정책 협력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손진영기자 son@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첫 상견례를 겸한 오찬을 함께 했다. 지난 12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리인상을 처음으로 시사한 바 있어 이날 두 사람의 만남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두 사람의 비공개 단독 회동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에선 김 부총리가 경기회복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요청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도 이에 화답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빠른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부총리와 한은 총재의 독대는 지난 2013년 6월 이후 4년 만으로 이날 두 인사의 만남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부총리가 한은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14년 6월 현오석 전 부총리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현 부총리는 같은해 4월 갓 취임한 이 총재를 만나러 한은을 찾았지만 오찬은 하지 않았다.
이날 두 경제수장의 만남은 김 신임 부총리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일자리 추경(추가경정예산) 등 경기부양책에 있어 한은의 협조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실제 이날 이 총재를 만나 인사말을 통해 가장 먼저 일자리 추경을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직접 총재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는게 도리일 것 같아 국회에 이어 두 번째로 한은에 왔다"며 "기재부에서 취임식도 거른채 국회를 첫 일정으로 다녀온 것은 정부의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어 경제상황이 그만큼 엄중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전날인 12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의원들과 만난 바 있다.
그는 이어 "한은은 우리 경제를 운용하고 끌고 가는데 있어 정말 중요한 기관이기에 이주열 총재님의 좋은 말씀을 많이 들으려고 한다"며 한은의 정책 협조를 애둘러 표현했다.
이 총재는 이날 노타이 차림으로 미리 회동 장소인 1층에 나와 기다렸다가 김 부총리를 맞이했다.
이 총재는 "많은 일정으로 바쁠텐데 취임하자마자 한은을 찾아준데 감사드린다"며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극복과 경제 안정을 위해 당시 경제금융비서관이었던 부총리와 함께 열심히 일했던 기억이 나서 감회가 새롭다"며 취임 축하 인사를 전했다.
두 인사는 이날 청년실업, 가계부채 등 우리나라에 산적한 각종 현안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는 등 경제 전반에 대해 자유로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총재는 "최근 국내경제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하지만 안팎으로 여건을 살피면 한시도 늦출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달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되고 있고 통상환경도 녹록지 않은 가운데 국내 상황을 보면 가계부채라든가 청년실업, 노동시장 문제 등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문제들을 단기간에 해결할 순 없겠지만 부총리께서 쌓아오신 지식과 풍부한 경험, 훌륭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중요한 시기에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펼쳐 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은에서도 본연의 임무인 통화정책을 펴 가는 과정에서 경제흐름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적절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등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서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정책 공조를 약속했다.
한편 이날 인사말 이후 두 경제수장 간 오찬 회동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한은에 따르면 두 인사는 30분가량 비공개 티타임을 갖고 1시간의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와 한은은 새정부 출범과 함께 보다 긴밀하게 상호협력하여 재정·통화정책을 조화롭게 운용(policy-mix)하고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확충은 물론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부총리와 한은 총재는 격의없이 만나는 기회를 자주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