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 온도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압축기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머신러닝을 활용해 사고 위험을 낮추는 '회전기계 위험예지'를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리감독자 A씨는 설비를 하는 도중 밀폐공간에서 시간대별로 유해가스 여부를 측정해왔다. 매 시간 유해가스를 직접 측정하다 보니 작업 지연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설비 내 부착한 기기(Gas Detector)를 통해 유해가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고 필요 시 작업중단 혹은 대비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돼 작업 지연시간이 대폭 줄었다.
#엔지니어로 일하는 B씨는 이번에 도입된 '회전기계 위험예지'로 더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엔지니어가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방법으로 진행돼 간혹 이상 징후를 감지하지 못해 공정이 멈추는 위험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전기계 위험예지가 기계와 운전상태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분석을 제공해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변신을 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화학업계 최초로 공정 자동화인 스마트 팩토리에서 한 단계 진화한 '스마트 플랜트'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15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첨단 ICT 기술 융합이 어려운 에너지·화학산업 특성에도 불구하고 SK이노베이션은 울산CLX를 중심으로 스마트 플랜트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생산 효율을 높이고 공정 안정성을 끌어올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울산CLX에서는 최근 숙련 노동자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숙련 노동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SK이노베이션이 선택한 방법은 첨단 ICT 기술 융합이다.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대신 스마트 플랜트를 도입해 인간의 실수를 줄이고 조기에 이상 징후를 발견하는 방식으로 공정운전 안정성을 높이자는 아이디어였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작년 초 스마트 플랜트 구축을 위한 TF를 신설했다. 약 6개월간 적용 가능한 분야를 확인한 후 ▲SHE(안전·보건·환경) 분야의 '유해가스 실시간 감지' ▲공정안정운전 분야의 '회전기계 위험예지', '스마트 공정운전 프로그램' ▲일하는 방식의 혁신 분야에서 '스마트 워크 퍼밋' 등 4개 과제를 선정했다. 선정된 과제별로 추진 방향을 설정하고 테스트를 위한 파일럿 설비를 구축해 현재까지 약 1년간 운영해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추진과제들이 상당한 성과를 보이며 현장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면서 "향후 SK 울산CLX 전 공정 및 SK이노베이션 사업장 전체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체 사업장에 적용하는데 필요한 기간은 3년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4개의 과제를 더욱 진화 발전시키고 추가적인 과제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SK에너지 공정국 실장은 "SK이노베이션은 일찌감치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기법을 성공시킨 노하우가 있다"면서 "스마트 플랜트 도입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지만 기존 틀을 깨는 과감한 실행을 통해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는 힘들지만 뒤쳐지면 걷잡을 수 없는 분야"라며 "현재의 조그만 차이가 향후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에너지·화학업계 내 스마트 플랜트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정관념을 깨는 SK이노베이션의 대담한 도전에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강조하는 김준 사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일을 바라보는 사고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 장애요인을 극복하여 치열하게 목표를 달성한다는 뜻의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고정관념과 관성적 사고에서 탈피해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SK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월 4차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후 SK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기존 석유화학, ICT, 반도체와 함께 신에너지를 포함시키고 에너지신산업추진단을 출범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