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증을 버려라. 상품의 질은 좋게, 가격은 낮춰라."
코트라(KOTRA)의 중국 지역 17개 무역관에 소속돼 있는 중국 현지 마케터 105명이 말하는 중국시장 공략법이다.
코트라가 마케팅 및 시장조사 담당 경력이 1년 넘은 이들 직원을 대상으로 중국 시장 최근 현황 및 한국 제품 진출 전략 등을 설문조사해 16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경기침체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인해 소비 지출이 감소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전체적인 소득수준이 올라갔고,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력이 왕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소비시장 활력도에 대해 응답자의 40%는 '활발하지만 예년에 비해 다소 둔화됐다'고 답했다. 또 38%는 '둔화세가 뚜렷하다'고 진단했다. '매우활발하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주관식 답변에서는 중국 소비재 시장의 경우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수입제품 점차 확대 ▲막연한 환상구매에서 품질, 가격 등을 고려한 이성구매로의 전환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한 제품정보 접근성 강화 ▲온라인 쇼핑 강세 등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양극화 심화 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수입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점유율 1위가 언제까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엔 38%가 '1~2년 이내', 29%가 '3~5년'이라고 답해 전체의 67%가 5년 이내로 내다봤다.
한국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는 일본이 76%로 가장 많이 꼽았다. 이와 함께 유럽(33%), 미국(30%), 대만(27%) 순으로 많았다.
특히 일본 제품의 경우 품질이 높은데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 한국산 제품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일본의 가전제품, 생활용품, 건강식품, 유아 등 다양한 소비품목에서 합리적 가격, 안정성 등의 장점이 부각되며 중국시장에서 일본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특히 가까운 일본으로의 여행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일본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한국 제품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로는 소비재(60%), 문화컨텐츠(58%), 서비스(35%), 부품·중간재(21%) 순으로 꼽혔다.
사드로 인해 한국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일부 있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한류를 기반으로 전반적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친근성이 비교적 탄탄하다는 점은 긍정적 대목으로 분석됐다.
특히 유럽, 일본 등 선진국 대비 낮은 인지도를 한류가 보완해준 측면이 강했던 터라 한류를 한국소비재 확대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한국제품의 강점으로는 디자인(49%), 성능·품질(26%)을 들었다. 전반적으로 우수한 디자인이 제품 경쟁력을 높여 주고 있으며, 화장품 같은 경우 유럽이나 미국 제품 대비 중국 여성들의 소비 특성을 잘 반영한 맞춤형 제조를 통해 지속적인 시장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는 것은 약점이란 지적이다. 경쟁 제품 현황, 해당 제품의 최적 유통경로, 타깃 지역 선정 등 충분한 사전 조사 없이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다, 바이어와의 중장기적인 파트너쉽 구축 마인드도 취약하다는 의견이다.
또 시장 내 경쟁제품들과의 냉정한 비교 없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고집하거나, 최소주문량(MOQ) 유연성 부족 등으로 기회를 놓치는 부분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했다.
조급증을 버려야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소비재가 성공할 수 있는 전략으로는 단연 '가성비 제고'를 꼽았다. 공략해야 할 소비층은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95%가 가성비를 바탕으로 한 '중가(中價)시장'을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