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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고령화 투자할 곳 없는 서민들 '파킹'한다

3년 차 직장인 나어디(32·가명) 씨는 악착같이 모은 5000만원을 어디에서 불릴 지 고민이다. 주식이나 펀드는 복잡하고 자칫 원금을 까먹을 수 있어 선뜻 내키지 않는다. 저축성 예금에 넣자니 손해보는 장사 같다. 부동산 갭투자(전세 끼고 집 매입)도 생각했다. 하지만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돈줄을 조일 것으로 예상돼 생각을 접었다. 결국 그는 프라이빗뱅커(PB)의 권유로 '수시 입출금 예금'에 넣어 두기로 마음먹었다.

저금리 지속으로 어렵게 마련한 목돈을 굴릴 곳이 없자 나씨 처럼 다른 투자 기회가 나타나면 언제든 돈을 빼서 쓸 수 있는 '은행 파킹(단기 예금 등에 예치)'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저금리 속에 만기에 따른 금리 격차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자 서민들이 돈을 은행에 오랫동안 묵혀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때문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반대로 시중에 돈이 안 돈다는 얘기다.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가계가 예금은행에 돈을 맡긴 총예금액(말잔 기준)은 590조8916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18조2699억원(3.19%)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과거 서민들의 목돈 마련 수단으로 각광 받던 저축성예금은 낮은 금리로 점점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1년간 늘어난 가계 총 예금의 절반이 넘는 10조 8786억원이 저축성예금(잔액 520조710억원)이었다. 저축성예금은 지난해 1월 처음으로 500조원(502조98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증가세를 보면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해 이후 올해 4까지 월간 기준으로 12월(1.59%↑)을 제외하면 1%대 증가율을 보인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이 증가율은 2008년 10월 8.0%로 높아지고서 서서히 상승해 2009년 8월과 2010년 7월에 각각 17.3%에 달하는 등 한국 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을 벗어나고서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두자릿수 증가율을 대체로 유지했다. 그러나 한은이 2012년부터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장하면서 저축성 예금 증가율은 바닥에 머물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가 시작되면서 은행에 돈을 넣어봤자 사실상 손해보는 장사를 할 수 밖에 없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한 PB는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전까지는 안전자산 선호, 예·적금의 단기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에 일단 넣어 두고 보자는 '파킹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4월 말 기준 가계 부문 시중통화량(광의통화·M2)은 1312조5988억원(원계열, 평잔기준)나 됐다. 지난해 말 1267조1248억원 보다 45조4740억원 불어난 것이다. M2는 언제나 원하는대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을 말한다.

국내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206조399억원을 기록했다. 전달(209조256억원) 보다는 3조원 가량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200조400억원을 기록한 후 증가세다.

경기를 살리려고 금리를 낮춘 것인데 이렇게 돈 쓰기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의 경우 고용시장에서 '재기'가 힘들어 돈 쓰기가 겁난다. 구조조정의 연쇄 사슬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들이 힘들어지면서 고용시장이 불안해지고, 개인은 언제든 파산의 길로 내 몰릴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돈 있는 사람도 나름 이유가 있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손실 가능성이 적은 은행에 돈을 맡기더라도 다른 투자 기회가 나타나면 언제든 돈을 빼서 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일자리를 늘리고, 실직에 따른 재교육, 재사회화 시스템을 구축해 가야 한다"면서 "속도감 있는 구조개혁과 과감한 산업 구조조정으로 경제 전반에 파생되는 위험을 줄이는 것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여윳돈을 가진 가계는 증시를 기웃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고객예탁금 잔액은 25조5175억원을 기록했다. 연초 22조5940억원 보다. 3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투자 기회를 엿보는 대기성 자금도 급증했다.

대표적인 단기성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다. 지난 13일 기준 수시입출금식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7700억원이 순유입됐다. MMF 설정액은 127조4138억원, 순자산은 128조1802억원으로 각각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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