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주요 비은행 금융회사 투자현황자료=나이스신용평가
"과거의 은행 점포 중심 진출에서 벗어나 현지 금융사의 인수합병(M&A), 현지 기업과의 제휴, 지분 투자 등 다양한 진출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현지법인이지만 현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마이크로파이낸스법인(MFI) 등 인가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업권의 진출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자산관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동남아 등 확장된 해외 네트워크의 질적 성장, 투자은행(IB) 강화 등을 추진해 은행과 비은행 영역의 조화를 통해 향후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 이광구 우리은행 행장)
핀테크 금융, 자산관리, 은퇴설계,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대출) 등 국내 은행의 먹거리 영토가 캐피털이나 증권사, 기금 등 비은행 금융회사들의 영역으로 확대됐다. 저금리 시대에 이자 장사로는 더이상 먹고 살기 힘들어져서다. '우물안 개구리'라는 비아냥을 들어온 은행들이 해외에서도 비은행 부문의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의 마이크로파이낸스 형태의 해외진출이 가장 활발하다.
하나은행(2014년), 우리은행(2015년), 농협은행(2016년), 국민은행(2017년)이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신한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들이 마이크로파이낸스사 형태로 미얀마에 진출한 상태이다.
◆KB금융, 라오스에 비은행 계열사
KB금융그룹이 눈길을 끈다. 지난 2월 라오스에 'KB코라오리싱'을 출범시켰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KB코라오리싱은 KB금융그룹 내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해외 진출 사례"라며 "라오스 자동차 판매 1위 코라오그룹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조기에 사업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지 계열사 설립을 계기로 KB금융 계열사들이 동남아 할부금융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KB코라오리싱은 KB금융이 해외 현지에 설립한 첫 번째 비은행 계열사라는 점에서 그 성패 여부가 특히 주목을 받는다. 국민은행은 미얀마에선 소액금융 전문회사인 'KB마이크로파이낸스'를, 캄보디아에선 글로벌 디지털뱅크인 '리브 KB 캄보디아'를 출시하는 등 활발한 해외 사업을 추진 중이다.
KB금융은 전체 수익의 70% 가량이 은행에서 나올 만큼 은행 비중이 과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2014년 11월 KB금융의 수장에 오른 윤종규 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
NH농협금융은 지난해 12월 미얀마 양곤에서 현지 해외법인인 '농협파이낸스미얀마'를 개점하고 영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농협은행 최초 해외법인인 농협파이낸스미얀마는 미얀마 경제 수도인 양곤을 거점으로 농민과 서민고객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 사업을 한다. 또 한국국제협력단(KOICA), 농어촌공사 등과 농지개량, 농가소득 증대사업, 공동식수시설 등 미얀마 농업 및 서민금융 발전을 위해 다양한 협력사업도 한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당시 개점식에서 "단기수익 추구보다는 미얀마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 강화와 함께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금융회사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투자로 비은행 영역을 확대하는 곳도 있다.
◆우리은행, 필리핀 저축은행 투자
우리은행은 작년 10월 말 필리핀 저축은행 웰스 디벨럽먼트 뱅크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우리은행의 필리핀 현지 중형 저축은행 투자는 필리핀 금융시장 개방 이후 외국계은행이 현지 저축은행 투자를 통한 진출의 첫 사례다. 우리은행은 파트너사인 비크살(Vicsal) 그룹과 함께 신용카드 사업을 추진해 2020년까지 130만명 이상의 회원 확보를 통해 리테일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정한 의미의 비은행 금융회사 투자 사례도 있다.
하나은행은 성장성 및수익성이 높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해 2015년 중국 리스사인 중민국제융자리스를 합자형태로 설립했다.지분율은 25.0%다. 중민국제융자리스는 중국 내 리스업체로 2016년 4월미국의 재보험사를 인수했으며, 하나은행은 2016년 8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투자규모를 확대했다. 재보험 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하는 동시에 수익성 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시장에서 비금융영역을 확대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분류한다. 덕분에 규제나 보호 강도가 세다. 이에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비은행 금융회사 형태로 우회적인 진출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미얀마의 경우 2014년 국내은행들이 지점 설립을 타진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2016년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허가받았다. 현지금융회사에 대한 M&A 또한 허용되지 않고 있다.
국내 금융환경도 영향이 있다.
국내 은행들은 마땅한 먹거리를 찾지 못한 가운데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증가에 따른 대출 부실, 중산층 붕괴와 고령화에 따른 시장 변화 등 갖가지 악재에 직면해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채명석 선임연구원은 "해외진출 확대가 수익기반 다변화 및 수익성 제고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은행 형태에 국한되지 않고 비은행 금융회사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