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3300만명 이상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부담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에 따른 보험업계 반사이익을 이유로 실손보험료 절감 방안을 내달 국정과제로 발표할 계획이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날 당국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정책 간담회에서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하를 공식 안건으로 올렸다. 정부가 그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해오면서 CT나 초음파 등 고가 의료장비 진료가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됐고 이를 통해 보험사들이 이른바 '후광 효과'로 말미암아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주장이다. 보험사들이 얻은 이익만큼을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이 가입한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인하해 돌려주겠다는 계획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민간 의료보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올해 말까지 최근 5년간 보험사들이 얻은 반사이익은 최대 1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4대 중증 질환 및 3대 비급여 개선 등 건강보험이 급여로 처리하는 항목을 늘리면서 실손보험이 부담해야 하는 급여 범위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당국 관계자는 "당초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부족분을 채운다는 취지에서 설계됐다"며 "최근 들어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가 확대되면서 보험금은 건강보험이 내주고 보험료는 보험사가 거둬들이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다만 실손보험 손해율로 인해 보험료 인하가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 2013년 123.0%, 2014년 131.2%, 2015년 129.0%, 2016년 120.8% 등 줄곧 100%를 넘어섰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최근 3년간 실손보험료를 두 자릿수로 인상해 왔다. 올 들어서만 실손보험 보험료를 평균 19.5% 올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급여항목을 급여화하면서 감소한 수익을 메우기 위해 다른 비급여항목 진료를 늘리는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행위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처럼 의료업계에 만연한 부도덕한 행태를 먼저 해결해야지 무조건적으로 보험사들에게 보험료를 인하하라고 하는 것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오는 21일 새정부 공약사항 중 하나인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놓고 보험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견을 교환하는 비급여제도개선협의체 회의를 열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문제를 해결한다는 공약을 발표하며 "고가의 검사비나 신약, 신의료기술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를 축소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건강보험 제도를 손보고 있지만 비급여항목이 축소될 경우 당장 재정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며 "비급여의 급여화 추진은 시간을 두고 관계자들 간 논의가 보다 활발히 전개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비급여의 건강보험 급여화 추진을 먼저 선결하고 실손보험료 인하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