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1년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국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고 있다.
IFRS17은 회사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인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도입 시점 금리 수준으로 말미암아 보험부채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사들은 아직까지 얼마나 자본이 필요한 지 갈피를 못잡고 허둥대는 모습이다. 이에 일각에선 제대로 된 준비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일부 보험사는 자본잠식은 물론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SiG파트너스 권재훈 대표는 "보험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 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사들이 상품 구조를 변경하는 등 그간의 양적 성장은 물론 질적 성장을 함께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3 생명보험사는 현재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 들어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교보생명은 다음달 중 해외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시행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 매각 등을 검토해 자본확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본 사정이 녹록찮은 중소형사는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KDB생명은 현재 대규모 희망퇴직과 지점 통폐합을 진행 중이며 당장 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부터 2000억원의 자본도 지원받을 계획이다. 흥국생명 역시 지점 통폐합을 진행 중이다. 올 1분기엔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마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에 경제 불황, 새 회계기준 도입 등 영향으로 보험사들의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대형사나 대주주에게 자본을 수혈 받을 여력이 있는 일부 중소형사를 제외하고 다른 회사들은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감독당국은 현재 부채적정성평가(LAT)를 통해 할인율에 따른 부채변화를 공개하고 있다. 다만 LAT 적용 할인율이 시중금리가 아닌 운용수익률 기반이란 점에서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시중은행의 예·적금이자는 현재 1~2%대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보험사 운용수익률은 지난 2014년 4.51%, 2015년 4.01%, 2016년 3.96% 등 4% 내외 수준으로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이날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에 따른 올 1분기 국내 보험사 평균 지급여력비율(RBC)은 평균 258.8%. RBC는 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 여력을 보여준다.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은 150% 이상이다.
다만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IFRS17 도입 시 당국의 RBC 권고 기준을 넘지 못하는 보험사는 생보사가 13곳, 손보사가 6곳으로 전체 34개 보험사의 반 이상(19곳)으로 추정된다. 보험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곳이 대부분인 것이다.
권재훈 대표는 "준비금의 시가평가로 인해 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이 대폭 확대함은 물론 부채 규모 및 리스크 증가로 재무건전성이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험사가 어려운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굉장히 힘든 시기임이 분명하기에 당장 보험사들은 변화 속도의 조절을 통해 신상품 개발 등 질적 성장은 물론 실적·성과관리 등 양적 성장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