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온은 지난 6월 1일자로 투자 사업과 식품사업부문으로 회사를 인적분할해 오리온홀딩스, 오리온으로 분리했다. 허인철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오리온홀딩스는 향후 현물출자 등을 거쳐 지주회사로 탈바꿈한다. 오리온홀딩스 아래로 오리온(식품 사업), 쇼박스(영화 사업), 제주용암수(음료 사업) 등 사업회사를 두는 그림이다.
#. 샘표는 지난해 8월 기업분할을 통해 지주사 부문을 '샘표'로 기존 식품사업 부문을 '샘표식품'으로 나눠 지주회사 운영 체제로 전환하고 이를 유가증권시장에 다시 상장했다. 당시 샘표와 샘표식품 대표이사에는 각각 고(故) 박승복 회장과 아들인 박진선 사장이 선임됐다. 이는 최대주주이자 오너 3세인 박진선 사장의 지배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샘표식품이 보유한 자사주 비중은 30.38%이며 박 사장 등 최대주주 측의 지분은 30.02%다. 샘표가 자사주를 통해 넘겨 받는 샘표식품의 지분을 합쳐 박 사장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60.81%에 달한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흔히 인적분할이 쓰인다. 인적분할은 기업을 둘로 쪼개는 변화 외에 싼 비용으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늘릴 수 있다. 대기업은 인적분할 때 자사주 의결권이 부활하는 일명 '자사주의 마법'을 쓰는 경우가 흔하다. 현행 상법 369조에 의하면 회사가 가진 자기주식,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다. 그런데 인적분할을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존 회사 주주들은 분할된 회사의 신주를 원래의 지분 비율만큼 똑같이 배정받는다. 의결권을 가진 자회사 지분인 분할신주는 통상 오너 일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영향력도 덩달아 올라가게 된다. 적은 지분으로 큰 돈 들이지 않고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어 '자사주의 마법'이라고 불린다. 세금조차 붙지 않는다.
최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지주회사 전환이 잇따르며 '인적분할'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 1월∼2017년 6월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합병·분할·분할합병 공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인적분할 공시는 7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건)의 3.5배였다.
지난해 전체 인적분할 수(6건)보다 많다.
인적분할은 분할 전 회사의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받는 방식의 분할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에서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물적분할은 신설법인의 주식을 기존 회사가 100% 자회사 형태로 보유하는 형식이다.
올해 인적분할을 공시한 기업은 롯데제과(자산총액 17조원), SK케미칼(16조원), BGF리테일(11조원), 제일약품(3800억원), 동아타이어공업(3650억원) 등이다.
이런 증가세에 힘입어 올해 기업 분할을 발표한 기업 수는 14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8곳)보다 75% 늘었다.
반면 올해 합병을 발표한 기업은 17곳으로 작년 같은 기간(19곳)보다 10.5% 줄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이 오너의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속내라는 것은 모든 투자자가 다 알게 됐다"며 "다만 이런 속사정이 있는데 얼마나 해당 기업이 배당, 자자주 소각 등 등 주주환원 정책을 늘릴 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