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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행

"BNK금융 순혈주의 고집 안된다"...적이라도 모셔와 개혁해야

BNK금융그룹 부산은행 본점./BNK금융그룹



'삼국지'는 삶의 거울이다. 수많은 영웅호걸이 탄생하고 신화가 만들어진 공간이다. 걸출한 인물 가운데 유비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훗날 촉의 오호장 중 한 명으로 혁혁한 공을 세운 마초와의 일화는 왜 유비인가를 말해 준다. 서량의 귀족 출신인 마초는 유비에게 복종했지만 왕으로 대접하지 않았고 마음을 주지도 않았다. 심지어 많은 사람 앞에서 '현덕공'이라 칭할 정도였다. 하지만 유비는 그런 마초를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받아 주었다. 결국 마초는 유비에 감복해 마음을 열고 충성을 다했다.

BNK금융지주의 앞날이 오리무중이다.

성세환 회장이 주가 조작 혐의로 올해 4월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고 경영진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결국 경영진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금융지주 안팎에서는 안도보다 걱정이 앞선다. BNK금융 회장 권한대행인 박재경 부사장, 부산은행장 직무대행인 빈대인 미래채널본부장, 손교덕 경남은행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등이 차기 후보로 거론되면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인사에 대해선 '관치금융'으로 몰아세우는 모양새다.

지금 BNK금융지주에 가장 필요한 것은 유비가 보여준 '서번트(섬기는) 리더십'이다. 조조의 추격군에 덜미를 잡힐 뻔하자 참모들은 백성들을 떼어 놓자고 했다. 하지만 유비는 "나를 따르는 백성들을 어찌 버린단 말인가. 내가 비록 조조에게 잡혀 불리한 신세가 된다 해도 백성들과 같이 가겠다"는 말로 불평을 잠재웠다.

유비 처럼 고객에게 머리를 숙일 때와 시장과는 신의를 지킬 때 그리고 강인한 리더십을 표출할 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CEO가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다.

자료=BNK금융지주 1·4분기보고서



◆ 순혈주의가 낳은 적폐, 고양이에게 생선 맡길라

BNK금융지주 이사회는 내주 중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해 최고 경영자 교체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단 성세환 BNK금융 회장이 보석으로 석방되면 임원 후보 추천 절차는 중단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BNK금융지주가 환골탈태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성 회장 스스로도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금융계에선 교체 카드를 꺼낸 것 자체가 어려운 선택이라 말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사회 구성원들이 대부분 성 회장 사람들이다. 경영 공백과 신뢰 추락의 책임을 물어 주군인 성 회장을 해임하고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돌입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고 전했다.

성 회장의 복귀가 여의치 않자 차선책으로 내부 출신을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이 적잖다. 가장 유력한 회장 후보로는 박재경 BNK금융 회장 직무대행(현 BNK금융 부사장)과 손교덕 BNK경남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BNK금융지주 안팎에서는 개혁 대상인 내부 경영진들이 다시 전권을 쥐겠다는 것을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 사건 등에 연루된 BNK금융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임원급 이상의 경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다.

2015년 3월 부산과 울산, 경남을 대표하는 국내 최초의 지역 금융 그룹으로 출범한 BNK금융지주는 부산은행·경남은행·BNK투자증권·BNK캐피탈·BNK저축은행 등 8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총자산은 106조4000억원 규모다.

시중은행들은 고개를 흔들었지만 BNK금융은 엘시티 사업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줬다. 부산은행 등 계열사는 지난 2015년 9월 엘시티 사업에 1조15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약정했다.

BNK금융은 같은해 1월에도 자금난을 겪던 엘시티 시행사에 3800억원을 대출해줘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엘시티 시행사는 군인공제회로부터 빌린 3450억원의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어려운 상태여서 '특혜 의혹'이 거세게 일었다.

부산은행 등 BNK금융 측은 지금도 "대출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엘시티와 관련해서 이장호 전 부산은행장 등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BNK금융그룹이 엘시티 시행사에 거액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이 전 행장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첫 재판에서 이 전 행장 변호인은 "엘시티 측 상품권을 쓴 것은 인정하지만, 엘시티 이 회장으로부터 상품권을 받았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며 "중국 서예작품을 받기는 했지만, 청탁이 없었기 때문에 알선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 신용은 곧 생명이다. 이 때문에 그룹의 이미지와 신뢰가 땅에 떨어지면서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진출 추진은 물론 수도권 영토 확정 정책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료=BNK금융지주 1·4분기보고서



BNK금융지주 임원 제재현황자료=BNK금융지주 1·4분기보고서



BNK금융지주 최근 3년 기관제재현황자료=BNK금융지주 1·4분기보고서



◆BNK가 살아 남으려면 적이라도 내편으로 모셔야

"한국 금융산업의 시계가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금융인의 윤리와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게 개탄스럽다. 낙하산 경영진이 권력 투쟁이나 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윤리·책임의식을 가질 리가 있겠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A은행장을 지낸 금융계 원로가 BNK금융 사태를 지켜보며 내놓은 탄식이다. 이는 또 한국 금융의 현주소를 지적하는 발언이다.

금융권에서 BNK가 위기에 봉착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금융의 기본윤리' 붕괴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과 금융계 관계자들은 '금융윤리의 붕괴 원인'으로 은행과 금융지주의 사유화, 순혈주의 인사, 경영진의 권력 다툼에서 비롯된 조직문화 붕괴를 꼽기도 한다. 과거 KB금융지주 사태도 그랬다.

또 이런 도덕적 해이가 수 년 간 지속됐는데도 발각되지 않은 것은 내부통제시스템에도 심각한 허점이 있었음을 방증한다.

B은행 출신 한 은행장은 "낙하산 관치금융도 문제지만, 금융의 사유화를 노리는 잘못된 순혈주의가 더 큰 문제다"면서 "이번 기회를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아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BNK금융지주가 살아남는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같은 지방 금융지주인 JB금융지주가 그 가능성을 말해 준다. 2기 JB금융지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김한 회장(광주은행장 겸임)은 뱅커가 아니다. 하지만 2010년 전북은행장에 취임하면서 회계법인, GM, 증권사 등에서 쌓은 경험을 은행에 접목시켜 오늘의 JB금융지주를 만들었다. 그는 철저하게 고객과 시장 지향적인 경영을 해 왔다. 덕분에 지난해 201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대비 33.8%나 증가한 것이다.

김 회장은 JB금융지주에 사실상 과점 지배구도를 들여왔다. 해외투자사인 주빌리아시아의 최대주주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를 이끄는 안상균 대표가 안 대표가 JB금융지주의 비상임이사로 참여한 것을 비롯해 전체 9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3명이 투자자쪽 사람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과점체재인 JB금융 이사회가 잡음 없이 상당한 성과를 낸 것은 김한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이사진의 신뢰가 자리하고 있다"면서 "특히 전북은행에 합류하면서 적용한 증권DNA를 은행에 적용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KB를 위기에서 구한 '굴러온 돌'이다. 윤 회장이 김앤장 상임고문으로 있다가 KB금융에 복귀한 2014년 11월은 KB금융이 '내분 사태'로 존폐의 갈림길에 있었다. 과연 누가 사령탑이 돼 내분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지, KB금융 재도약의 기반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을 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윤 회장은 이 같은 주위의 불식을 말끔하게 해소했다. KB금융 안팎에서는 "윤 회장이 아니었다면 그룹이 공중분해 됐을 수도 있다. 국민은행(2016년 기준 1만 7000여명)등 계열사 직원과 그 가족들이 거리에 나 앉을 수 있었다는 것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한편 부산은행 노조는 최근 성명을 내고 경영진 사퇴를 촉구했다. 또 차기 경영진 후보로 거론되는 외부 인사에 대해선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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