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주요 맥주 브랜드의 출고가 인상 여파로 올해 상반기 맥주값이 19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가운데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맥주를 살펴보고 있다./뉴시스
상반기 물가 들여다 보기…맥주값 19년 만에 최대폭 상승
올해 상반기 맥주 가격이 19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 주요 맥주 브랜드의 출고가 인상됐기 때문이다.
또한 외식 물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상승률이 낮아졌지만 김치찌개, 된장찌개, 칼국수, 김밥, 라면 등 서민들이 즐겨 먹는 음시의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맥주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올랐다. 상반기 기준으로 지난 1998년(7.8%)이후 19년 만이다.
올해 상반기 맥주 가격은 지난해 11∼12월 오비맥주(6.0%)와 하이트진로(6.3%)가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에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월 4.4%이던 맥주 가격 상승률은 2월 6.0%, 3월 6.6%, 4월 6.3%, 5월 6.6%, 6월 6.9%를 보여주고 있다.
맥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올해 상반기 주류 가격도 4.4%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3년(5.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외식 물가는 지난해보다 2.3% 올랐다. 특히 서민들이 즐겨 먹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칼국수, 김밥, 라면 등 일부 품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김치찌개, 된장찌개는 각각 2.4% 올랐다. 칼국수 가격도 2.4% 상승했다. 라면과 김밥 가격은 올해 상반기 각각 4.9%와 8.5%나 올랐다.
통계청 측은 일부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조류인플루엔자(AI)로 주요 외식 재료인 계란 가격이 급등한 점이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뭄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여파로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는 내내 들썩였다. 특히 귤, 당근, 달걀, 오징어가 상승 폭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6.1% 올랐다. 이는 상반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0%)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상반기 기준으로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 2011년(12.5%)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폭 올랐다.
수산물도 2011년 상반기(9.1%) 이후 가장 높은 7.0%가 상승했으며 축산물은 9.1% 올라 2014년(11.5%) 이래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73개의 농·축·수산물 품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반기 상승률 1위 품목은 귤로 89.8%가 올랐다. 귤은 고급 상품 생산이 늘며 가격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귤의 상반기 가격 상승률은 1991년(106.0%) 이후 26년 만이다.
귤에 이어 당근은 64.9% 상승해 2위, 달걀은 57.4% 올라 3위에 올랐다. 달걀의 상승률은 상반기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5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오징어와 양배추는 각각 47.7%, 35.2% 올랐다.
한편 73개 품목 가운데 이들을 포함해 15개 품목의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가 뛴 것은 각종 상승 요인들이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철 고온, 가뭄의 영향으로 출하량 자체가 줄어든 농산물이 많았다. 또한 지난해 말 불거진 AI 여파로 달걀의 국내 생산기반 복구는 지연되고 있다.
농·축·수산물은 소비자가 자주 사는 품목이 대부분으로 장바구니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뛰면 실제 물가 수준과 별도로 체감 물가 상승률은 커질 수 있다.
올해도 가뭄이 이어지고 있어서 생육기 농산물이 수확되는 늦여름, 가을께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정부는 농산물 가격 상승 등 불안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가격 강세가 지속하는 생활 밀접 품목에 대해 추가 대책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