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36차 공판에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이 전 지점장의 증언 능력이 부족해 별다른 사실 관계는 확인되지 못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삼성이 2015년 9월 독일 현지에 개설한 KEB하나은행 계좌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특검은 삼성전자가 만든 이 계좌가 사실은 최순실씨에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해외에서 한국계 은행과 거래하지 않던 삼성전자가 갑자기 독일에서 계좌를 만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논리다.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점장도 해당 계좌에 대해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말 값을 송금하기 위해 만든 계좌"라고 증언해 변호인단을 당황시켰다. 변호인단은 이 계좌가 "한국 KEB하나은행 삼성타운 지점에서 통상 절차로 개설됐다"며 계좌 용도는 "독일에서 삼성이 취득한 말과 차량 대금을 치르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특검이 "해외 송금으로도 충분하다"고 지적하자 변호인단은 "해외 송금은 지출 결정부터 실제 지출까지 지연되는 시간이 길다"고 덧붙였다.
이상화 전 지점장은 특검과 변호인단의 질문에 모호한 답변을 이어갔다. 이 전 지점장은 '계좌를 개설한 것이 삼성전자 스포츠사업팀이며 미래전략실 소속이기에 계좌에 대해 삼성 수뇌부가 알았을 것'이라고 특검 조사에서 진술한 바 있다. 그는 "그런 증언을 한 것이 맞다"며 "스포츠사업팀은 스포츠 관련 부서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에 스포츠단이 있지만 처음부터 미래전략실 소속이 아니었고 삼성전자에 있다가 그나마도 제일기획으로 옮겨갔다"며 "미래전략실 산하에 스포츠팀이 있다는 얘기가 어디서 나온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 전 지점장은 "과거 구조조정본부 산하에 스포츠 관련 업무를 하는 조직이 있었다"며 "미래전략실도 같은 구조일 것이라 판단했다. 삼성 조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모른다"고 자신의 추측임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이 승마를 했기 때문에 최순실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진술도 했던데 무슨 의미냐"며 "최순실이 이재용 부회장이나 수뇌부를 언급했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이 전 지점장은 "대기업 오너들이 승마를 즐기는데 독일에는 좋은 말이 많아 그리 여겼다"며 "개인적인 생각이고 논리비약이었다"고 인정했다. 또한 "최순실이 삼성을 지칭하진 않았고 어려운 일 있으면 '그쪽'에 연락하면 된다고 말해 삼성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이 "'그쪽'이란 표현이 어디를 지칭하는지, 삼성인지 청와대인지 확인할 수 있느냐"고 묻자 이 전 지점장은 "모르겠다. 삼성에 확인한 것은 아니고 최순실이 삼성 관계자들과 만나는 것을 본 적도 없다"고 얼버무렸다.
특검이 증인으로 채택한 이 전 지점장은 삼성이나 독일에 있던 최순실씨의 코어스포츠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외부인이다. KEB하나은행 소속이기에 승마지원 의혹을 확인해줄 정도의 증언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날 재판에서 이뤄진 이 전 본부장 증인신문은 특검과 삼성 모두에게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이 전 본부장 증인신문 이후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2차 증인신문이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