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였던 지난 2015년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선정 당시 부적절한 특혜가 있었다는 감사원 결과가 발표됐다. 롯데가 면세사업권을 두 차례나 뺏기며 한화와 두산이 면세사업권을 따냈다는 내용이다. 이에 면세점 선정 절차를 주관한 전·현직 관세청장이 고발당했다. 감사원측은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 특허를 받은 것이 사실화 될 경우 관세법에 따라 특허를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롯데월드타워점 탈락 '순위조작' 사실
11일 감사원은 관세청을 상대로 박근혜 정부였던 2015년 7월과 11월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 실태를 감사한 결과 선정 과정에서 위법 및 부당 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이 후속수사에 나서게 됐다.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이뤄진 이번 관세청 감사는 2015년 7월과 11월 두차례 이뤄진 면세점 사업자 선정의 경위와 2016년 추가 사업자를 선정한 과정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우선 2015년 1·2차 선정 과정에서는 관세청이 평가점수를 부당하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15년 7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호텔롯데를 제치고 신규면세점으로 선정됐으며 11월에는 롯데월드타워점이 두산에 밀려 재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2015년 사업자 선정 당시에도 선정업체 순위조작 의혹은 제기됐었다. 특히 롯데월드타워점의 경우 관세청에서 평가하는 항목에 대해 타 경쟁사보다 부족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탈락의 고베를 마셨다.
면세업체 입장에서는 관세청이 평가한 총 점수만 확인 가능하고 구체적인 평가항목의 점수는 알수 없기 때문에 공정하지 못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당시에는 롯데그룹 오너가의 경영 관련 검찰 비리수사가 본격화된 시점과 맞물려 '괘씸죄'가 적용돼 면세사업권도 뺏겼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롯데가 두 번이나 부당하게 탈락한 배경에는 관세청의 의도적인 점수조작이 있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2015년 7월 선정 당시 관세청 실무자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심사에서 화장실과 에스컬레이터 등 공용면적을 매장면적에 포함시켜줬다. 또 한화측에 불리한 보세구역 운영인 점수를 제외하고 수출입업체 점수만 인정하는 방식으로 한화의 총 점수를 높였다.
반면 호텔롯데는 중소기업제품 매장 항목에서 매장면적이 아닌 영업면적 비율을 적용하는 등 의도적으로 점수를 떨어뜨렸다.
이어 11월에도 관세청은 롯데월드타워점의 점수를 깎아내리고 두산을 사업자로 선정하는 등 점수 산정 방식을 롯데측에 불리하게 적용하도록 조작했다.
이 외에도 관세청은 지난해 4월 서울 시내면세점 4개를 추가 설치하면서 매장당 적정 외국인 구매 고객 수 등의 기초자료를 왜곡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기획재정부가 직접 나서면서 필요 이상의 면세점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에 추가된 신규면세점은 현대백화점면세점, 신세계DF, 호텔롯데, 탑시티면세점 등 4곳이다.
◆천홍욱 청장 '자료 파기 혐의'로 고발
이번 감사를 계기로 감사원은 최순실 라인으로 천홍욱 관세청장과 당시 심사에 관여했던 전 서울세관 담당과장 등 직원들을 대거 고발했다.
천홍욱 관세청장은 선정 과정과 관련한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사업계획서 등 심사자료를 업체에 되돌려주거나 파기하도록 결정, 공공기록물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감사원은 당시 관세청 직원들도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넘겼다.
이 외에도 감사원은 2016년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특허 발급 결정의 최종 책임자 김낙회 전 관세청장과 무리하게 특허발급을 추진한 최상목 기획재정부 전 1차관에 대해 인사처에 관련 내용을 인사자료로 통보했다. 김낙회 전 청장과 최상목 전 차관의 위법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2015년 후속 사업자 선정 등에 관한 자료를 수사 참고자료로 검찰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감사결과를 계기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후속수사도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관세청, 특허 취소 가능성 제기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특혜 의혹 등을 밝혀내지 못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선정된 업체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세청은 관세법에 따라 특허를 취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관세법 제178조 2항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특허가 취소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검찰 조사를 지켜보고 부정하게 특허권을 따낸 곳이 밝혀지면 면세점 특허를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면세업계가 중국정부의 사드보복으로 매출 위기를 맞고 있어 면세점 사업 특허권이 취소되는 것에 대해 반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1·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물론 한화갤러리아면세점, 두타면세점 등 모든 신규면세점의 매출이 뚝 떨어지며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면세점은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팀장급 간부사원과 임원들이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하는 등 원가절감, 비용감축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또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임대료를 반납할 수 있는 매출조차 나오지 않아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신규면세점은 물론 기존면세점도 적자를 코앞에 두고 있다"며 "사업권을 반납하는 것이 면세 업체 입장에서 좋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감사결과가 면세점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연루된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 된다는 점을 감안, 새 정부 출범 이후 강도 높은 검찰 수사와 후속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