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았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6조원 이상 늘면서 5월에 이어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선수요까지 몰리며 지난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올해 들어 최대를 기록했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전체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731조원으로 전월 대비 6조2000억원 증가했다. 5월 6조3000억원 증가한 데 이어 두 달간 13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549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6조1000억원 증가한 이후 최대 폭이다.
은행권 주담대 증가폭은 올해 1월 8000억원, 2월 2조1000억원, 3월 2조6000억원 등 진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하면서 4월 3조3000억원, 5월 3조8000억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금융당국은 매년 5~6월은 이사철 등 계절적 요인으로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15~2016년을 제외한 2010~2014년 6월 평균 증가치 2조50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규제가 시행되기 전 대출을 앞당겨 받으려는 수요가 일시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6.19 부동산 대책에 따라 이달 3일부터 조정대상지역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는 60%로, 총부채상환비율(DTI)는 50%로 강화됐다.
주택거래량도 많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서울아파트매매는 1만5000호로 전월 대비 5000호 증가하며 올 들어 가장 많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 금융권에 대한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 노력과 상호금융권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확대 시행 등으로 지난해 보다는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통상 하반기에 가계대출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고, 향후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상환부담과 부실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며 "필요시에는 가계대출에 대한 추가 현장점검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맞춤형 LTV·DTI 조정방안의 영향을 점검해 다음달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영업자 대출도 다시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달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조5000억원 늘어난 272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10월 2조9000억원을 기록한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대치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임대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대출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대출 규제 강화를 앞두고 은행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한 임대업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체 기업 대출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말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763조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2000억원 감소했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3조원 줄어든 152조8000억원,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같은 기간 1조7000억원 늘며 61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분기 말 부채비율 관리를 위한 차입금 일시상환 및 은행 부실채권 매각 등 영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