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 '갑질'에 칼 뽑아든 김상조…불공정관행 근절에 대응속도 높인다
광역지자체에 조사·처분권 일부 위임…'선택과 집중'
서울·경기 30개 외식업종 브랜드 현장 밀착조사 나서
업종별 옴부즈맨 제도도 도입
#.김밥전문 브랜드 A는 시중에서 3만원대에 구입가능한 쌀(20kg)을 가맹점주들에게 5만원대에 공급하는 등 식자재 공급을 통해 폭리를 취했다.
#.떡볶이전문 브랜드 B는 가맹본부 대표가 가맹점의 인테리어 시공 및 식자재 공급과 관련하여 독점권을 주는 조건으로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수십억원의 리베이트를 수령했다. 결국 해당 대표는 배임혐의로 구속됐다.
올해부터 대형 외식업종 가맹본부를 시작으로 필수물품 마진규모 등이 상세히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저임금이 올라 종업원의 임금 부담이 커지면 가맹점주가 가맹금 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표준가맹계약서가 개정되고 이동통신사 제휴할인 등 판촉행사에 앞서 반드시 가맹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법 개정이 추진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가맹분야의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이런 내용의 가맹점주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뒤 처음으로 발표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보호 정책이다.
공정위는 이날 '가맹거래 공정화를 통한 가맹점주 권익보호 및 건전한 가맹시장 조성'을 목표로 제도개선 및 법집행 강화를 추진키로 하고 이를 위해 6대 과제(23개 세부과제)를 수립했다. 6대 과제는 ▲정보공개 강화 ▲가맹점주 협상력 제고 ▲가맹점주 피해방지수단 확충 ▲불공정행위 감시 강화 ▲광역지자체와 협업체계 마련 ▲피해예방시스템 구축 등이다.
공정위 대책의 핵심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세웠다.
먼저 가맹본부의 필수물품 공급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격 분쟁 해소를 위해 필수물품 관련 의무기재사항을 대폭 확대한다. 향후 확대될 필수물품 관련 정보공개사항을 보면 ▲필수물품 공급을 통한 가맹금 수취여부 및 가맹점 평균 지급 가맹금 규모 ▲가맹점 매출액 대비 필수물품 구매금액 비율 ▲필수물품 품목별 공급가격 상·하한 등이다.
또한 가맹점주 부담비용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책정될 수 있도록 가맹점주의 비용 상승을 야기하는 리베이트 등 관련 정보도 공개된다. 가맹본부 또는 특수관계인이 납품업체나 유통업체 등으로부터 지급받은 대가 일체(판매장려금·리베이트)와 특수관계인이 필수물품의 공급·유통, 인테리어 시공·감리 등 가맹사업과정에 참여하는 경우 업체명, 매출액이 포함된다.
하반기부터 외식업종 가맹본부의 필수물품 마진규모 공개된다. 필수물품 마진율 인하, 가맹점주 인건비 지원 등 가맹본부의 자발적인 상생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가맹본부별 필수물품 상세내역·마진규모, 가맹점의 필수물품 구입비중 등을 분석·공개한다.
가맹점주 협상력 제고에 나선다. 최저임금 인상 시 가맹금 조정 가능한 거래환경이 조성된다. 가맹점주가 최저임금 인상 시 인상률 등을 반영해 필수물품 공급가격 등 가맹금 조정 요구 가능토록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한다. 가맹점사업자단체 법적지위도 강화한다. 가맹점단체가 행정기관 신고(공식화)를 통해 지위향상 및 가맹본부와의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가맹점사업자단체 신고제 도입하고, 가맹본부가 협의에 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신고된 가맹점사업자단체 및 회원 수, 가맹본부와의 협의횟수 등을 정보공개서상 공개된다.
판촉행사 시 가맹점주 사전동의도 의무화된다. 가맹본부가 판촉행사 시 비용을 임의로 전가하지 못하도록 가맹점주들의 사전동의를 구해야 한다.
가맹본부 오너리스크 등에 의한 배상책임도 도입된다. 가맹본부·임원의 위법·부도덕한 행위 등으로 발생한 가맹점주 손해(매출감소 등)에 대한 배상책임을 가맹계약서에 기재를 의무화한다. 여기에 가맹본부의 즉시해지사유는 축소된다. 가맹본부가 보복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있는 가맹계약 즉시해지사유 정비하는 것이다.
가맹사업법상 현장에서 신속히 조치할 수 있는 사건은 시·도지사가 조사할 수 있도록 집행체계를 개편한다. 이를통해 지자체는 ▲가맹계약서 제공·보존의무 위반 ▲정보공개서 등록·제공의무 위반 ▲가맹금 예치의무 위반 ▲가맹점 예상수익 정보 제공의무 위반 등을 맡는다. 공정위는 ▲가맹점·가맹희망자에 대한 허위·과장 정보제공 ▲가맹점 영업지역 침해, 매장리뉴얼 강요 등 기타 불공정행위 등을 담당한다.
또한 익명제보센터 등으로 민원이 빈번하게 제기된 주요 외식업 가맹본부를 신속하게 살펴서 법 위반 발견 시 엄중히 제재하기로 했다. 동시에 올해 하반기까지 가맹본부 필수물품 구매 강제 관행을 일제 점검한다. 브랜드 통일성 유지와 관련 없는 행주·세제를 강매하는 행위 등을 근절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러한 지자체 협업을 장기적으로 공정거래법이나 가맹사업법 집행체계 안에서 제도화할 계획"이라며 "다음 달 중으로 서울시·경기도와 양해각서(MOU)를 맺는 한편 행정자치부도 논의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정위 대책을 통해 프랜차이즈업계의 불공정관행 뿌리뽑는 등 점주들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선 가맹본부를 향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가맹본부에 대한 대대적인 압박에 우려가 되는 건 사실"이라며 "프랜차이즈산업의 특성을 잘 파악한 뒤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