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관 전경. /오세성 기자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41차 공판에는 삼성생명 임직원들이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과 관련한 증언들을 들려줬다. 하지만 삼성생명 관계자들이 대거 등장한 이날 공판에서도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전환에 경영권 승계 의도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전 증인으로 나선 방영민 삼성생명 부사장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한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준비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이 과거 고금리·확정금리 상품을 많이 팔았는데 이것들이 IFRS4 2단계에서 부채로 전환되어 회사에 큰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금융지주 전환 사실이 유출될 경우 주식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금융위에 직접 사전심사를 해줄 수 있는지 타진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 손병두 국장과 행정고시 동기인 삼성생명 이승재 전무가 소통 역할을 맡았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전환 계획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다양한 우려를 전달했다. 삼성생명이 분할되는 지주사로 현금 3조원을 이전하는 계획, 유배당 보험계약자 보호 문제 등이 제기됐고 삼성전자 등 삼성생명이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2년 내 매각하라는 것도 금융위의 요구사항이었다.
방 부사장은 "2년 내 지분 매각은 법리상 최장 7년까지도 가능하기에 금융위를 설득해야 했다"면서도 "(금융위가 금융지주 전환은) 안 된다고 단언하지 않았기에 금융위의 지적대로 현금 이전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유배당 보험계약자 보호 방법도 연구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의 우려 사항을 최대한 해소해 금융지주사로 전환 하려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오후 재판에도 삼성생명 이승재 전무와 송관섭 상무 등 임원들이 출석했다. 송 상무는 이 전무와 함께 금융위 실무자들을 만나 금융지주사 전환 관련한 설명을 한 바 있다. 당시 설명에 사용된 보고서에는 '이건희 회장 현물출자 20% ->40%', '계열사 출자 19%->10%' 등의 메모가 남아있다. "이건희 회장이 현물출자를 해 지분을 40%로 늘린다는 계획 아니냐"며 경영권 승계 의도가 담겼다는 특검의 주장에 송 상무는 "이해를 돕고자 예시를 든 것 뿐"이라며 "대주주의 현물출자가 꼭 필요한 사항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상황에서 대주주의 현물출자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일반 주주들이 출자할 경우 대주주의 출자는 필요하지 않으며 대주주 현물출자에 따른 지분 증가도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개인의 수익성 측면에서 일반 투자자는 지주회사가 아닌 사업회에서 출자하는 것이 합리적이기에 대주주의 현물출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시 금융위는 삼성생명에게 비금융 계열사 주식을 2년 내 매각할 것을 요구했다. 이승재 전무는 "금융위가 지적한 이슈 대부분은 예상했던 것들이지만 비금융 지분을 2년 내 매각해야 한다는 점은 생각하지 못했다"며 "금융위 지적이 타당한지 법률사무소에 검토를 맡겼고 이후 쟁점이 충분히 나왔다는 판단에 방영민 부사장이 직접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위에 처음 제출한 원안 그대로의 통과를 고수한 일은 없다"며 "계획안을 바탕으로 금융위의 의견을 듣고 사회적으로 예상되는 우려를 반영해 입장을 정할 예정이었지만 그 전에 추진이 보류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42차 공판에는 김건훈 전 청와대 비서관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석할 예정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증인으로 나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특검은 법원이 이미 구인장을 발부했기에 강제구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