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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6년 인텔 반도체 왕국 무너뜨렸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로 완공해 지난 4일 가동을 시작한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경관. /삼성전자



26년간 유지됐던 인텔 왕국을 삼성전자가 무너뜨렸다.

30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던 인텔을 2위로 끌어내렸다.

1968년 사업을 시작한 인텔은 고성능 프로세서를 선보이며 세계 시장을 차지해왔다. 우리 사회에서 특정 세대를 지칭하는 386, 586 등 용어도 인텔에서 기인했다. 1980년대 컴퓨터 보급이 시작됐지만 소비자들은 정보를 얻기 어렵고 회사별로 제품 기준이 제각각이기에 컴퓨터 성능을 파악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었다.

이 때 인텔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코드네임 80286(1982년), 80386(1985년), 80486(1989년)에서 따온 285, 386, 486이 컴퓨터의 성능을 구분 짓는 기준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인텔의 제품 코드네임이 시장에서 지표로 활용됐고 한국에서는 사회적 용어로까지 쓰인 셈이다. 인텔은 1991년 이후 반도체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유지했다.

굳건했던 인텔의 반도체 왕국은 1978년에야 사업에 뛰어든 후발주자 삼성전자에 의해 무너졌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후 인텔은 2017년 2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매출 147억6000만 달러(약 16조6600억원), 영업이익 38억 달러(약 4조2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9%, 영업이익 190%가 개선돼 고무적인 수치였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기록한 매출 17조5800억원, 영업이익 8조300억원에는 부족했다. 삼성은 영업이익률에서도 45.6%를 기록하며 25.7%인 인텔을 두 배 가까운 차이로 앞섰다.

◆사재 턴 이건희 회장의 믿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계기는 반도체가 미래 먹거리라는 확신을 가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만들었다. 이건희 회장은 1974년 12월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했다. 당시 고(故)이병철 선대 회장은 반도체 사업에 성공을 확신하지 못한 탓에 한국반도체 지분 인수에 회사 자금은 들어가지 않았다. 시장에서도 "TV도 제대로 못 만들면서 무모한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따랐다.

1977년 12월 삼성이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며 1978년 한국반도체가 삼성반도체로 바뀌고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지만 자본금은 순식간에 잠식됐다. 결국 삼성반도체는 1980년 삼성전자로 흡수됐고 막대한 적자를 지속한 탓에 삼성전자에서 삼성반도체통신으로 분할되는 아픔도 겪었다.

일례로 1986년 삼성 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1200억원 수준이었지만 그해까지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낸 누적적자는 2000억원에 달했다. 반도체 사업은 적자보전을 위해 '잘 나가는' 사업부에 붙은 군식구였던 셈이다.

◆이병철·이건희 회장의 한 수

반도체에는 CPU처럼 연산을 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 반도체는 다시 CPU의 임시 메모리로 사용되는 S램과 CPU와 저장장치 사이를 연결하는 D램으로 구분된다. 당시 S램은 설계와 생산기술이 까다롭고 D램에는 이미 미국과 일본의 유명 기업들이 포진한 상황이었다.

이병철 선대 회장은 1983년 3월 '도쿄 구상'을 통해 삼성의 반도체 사업 방향을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D램'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삼성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돌았지만 삼성은 그해 12월 64K D램 자체 개발에 성공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결정적 선택의 순간은 1988년 다시 찾아왔다. 4M D램을 개발하며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입체 설계를 해야 했는데 웨이퍼 표면 아래를 파 새로운 층을 만드는 트렌치 방식과 위로 층을 쌓아 셀을 추가하는 스택 방식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스택 방식을 채택했고 삼성전자가 스택 방식으로 1992년 세계 D램 시장에서 1위를 하는 사이 트렌치 방식을 택했던 기업들은 한계에 부딪혀 스택 방식으로 전환해야만 했다.

이 회장은 후일 "내 자신도 100% 확신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운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밀어주고 끌어주는 포트폴리오

삼성전자는 '소비자가전(CE)-휴대폰(IM)-부품(DS)'으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반도체와 반도체를 활용한 완제품 모두를 만들고 있다. 이 구조도 반도체 성장에 도움을 줬다. 부품 또는 완제품만 만드는 기업은 경기에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춘 삼성전자는 2007년 반도체 업계가 불경기를 겪을 때 세계 1위에 오른 TV 등에서 큰 매출을 올렸고 반도체 시장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스마트폰이 반도체 수요를 만들어주며 성장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20%대이던 반도체 D램 시장 점유율을 40%대로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이 공급과잉일 때 완제품으로 수요를 만들어 수익을 내고 부품과 세트(완제품) 사업부가 분리된 덕에 경쟁사에도 부품을 판매한다"며 "전자업계에서 유래가 없는 포트폴리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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