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전경. /오세성 기자
'세기의 재판'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재용 재판이 이번 주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오는 8월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이 결심을 갖고 가쁜 일정을 마무리한다. 1심 선고가 남아있긴 하지만 지난 4월 7일 첫 공판을 시작해 4개월 만에 매주 이어진 재판이 끝나는 셈이다.
결심 전 주인 이번 주에는 피고인 신문과 공방, 박근혜 전 대통령 증인신문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31일에는 황성수 제일기획 전무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 대한 신문이 진행된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이들에 대한 신문을 1인당 2시간씩 총 8시간 할 예정이다. 8월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 사장 등에 대한 신문도 각 1시간씩 총 6시간으로 예정됐다.
다만 그간 재판에서 특검 측 신문이 항상 예정시간보다 오래 이뤄졌기에 실재 신문 시간은 이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증언 거부권을 행사해 진술조서조차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며 "피고인 신문을 충실하게 해 넘겨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8월 2일에는 박 전 대통령 신문이 예정됐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출석 여부는 미지수다.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이 길어질 수 있다"며 "수요일 증인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피고인 신문을 추가 진행해 시간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3일과 4일은 '공방 기일'로 정해졌다. 이 기간 특검과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 쟁점에 대해 치열한 법리 싸움을 벌이게 된다.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이나 공방 기일에 시간이 부족할 경우 결심 공판이 있는 7일 오전에도 관련 내용을 진행하고 오후에 결심 공판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용 재판은 마라톤 공판이라 불릴 정도로 장시간에 걸쳐 많은 증거를 검토했다. 지난 28일까지 47번의 재판이 열렸고 150명 분량의 진술조서와 61명의 증인이 출석해 특검의 공소사실과 관련한 증언을 했다.
특검은 삼성의 뇌물 혐의를 두 가지로 정리한다. 단순 뇌물죄라 주장하는 승마지원과 제3자 뇌물죄로 주장하는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이다. 특검은 매 차례 재판에서 이러한 내용을 "추후 입증하겠다"고 말해왔지만 증인들이 이러한 혐의를 부인했고 강력한 물증이라 주장하던 '안종범 수첩'마저 진술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삼성의 재단 출연에 대해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청와대로부터 출연금을 걷어 재단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도 "전경련 회원사들은 사회협력비 지출 규모를 기준으로 출연금을 냈다"고 증언했다. 기업들에 별도 의견을 구하는 절차는 없었으며 삼성이 다른 기업과 다른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는 취지다.
승마지원에 대해서도 승마협회 관계자들은 "삼성의 지원이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을 위해 이뤄졌고 중간에 최순실씨가 개입하며 변질됐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삼성이 말 구매비 등을 지원했다고 주장했지만 특검에 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던 정유라씨도 "삼성 말"이라는 표현을 쓰며 말 소유권이 삼성에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알고 재단 출연과 승마 지원에 적극 개입했다는 특검 주장도 입증되지 못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삼성 관계자들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알게 된 것은 2015년 있었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 이후'라는 삼성 변호인단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언들만 이어졌다.
특검은 2014년 9월 5분가량 있었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1차 독대에서 청탁과 뇌물 약속이 이뤄졌다고 주장했지만 이러한 대화가 있었다는 주장을 증명할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녹취록도 없는 독대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특검이 알고 직접인용 방식으로 공소장에 적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편 오는 8월 7일 결심에서는 피고인들에 대한 특검의 구형이 있을 예정이다. 재판부는 구형 후 약 한 달 후 1심 판결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