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8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추가 도발을 하면서 한반도 내 사드 배치 문제가 재차 정국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초 이른바 '신(新) 베를린 선언'을 통해 대북 화해기조를 밝히고, 연이어 남북 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안한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면서 복잡한 국면이 진행될 전망이다.
또한 문 대통령이 북한의 이번 도발은 '레드라인 임계치'에 다다른 행위로 보고 사드 4기를 임시 배치를 지시하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야당들은 사드 추가 배치 요구와 함께 문재인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한미동맹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선 야당을 중심으로 한 국내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사드 4기 추가 임시 배치'에 대해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30일 논평을 통해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이 고작 사드 4기 임시 배치와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협상 추진이 전부"라며 "과연 이 정도가 나라의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냐"면서, "사드 포대 추가 배치를 적극 추진하는 등 조속히 다층·중첩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물샐 틈 없는 강력한 대북 국제제재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도 사드 추가 배치를 촉구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의 독자적 대북봉쇄 정책 추진과 함께 국제공조 강화, 그리고 수도권 지역의 미사일 방어를 위한 추가 사드 배치가 절실하다"면서 "사드의 임시 배치를 넘어 2~3개 포대의 사드 추가 배치를 미국에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성주 사드 포대) 환경영향평가는 과감하게 생략해야 한다"며 "사드 4기를 임시로 배치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후 최종 배치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자기모순적 한가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억제할 수 있는 선제공격용 전략 자산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킬 체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 3축 체제 가운데 우선 순위를 정해 가장 필요한 요소부터 조기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도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이 국민 앞에 허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대북정책에서 '새로운 제3의 길'을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오락가락하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로는 미국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다"며 일관성 있는 대북 정책이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인해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첫 ICBM급 미사일 도발 직후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발사훈련, 유엔안보리 이사회 소집 긴급 요청,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 검토, 독자 전력 조기 확보 등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면서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대북 문제에 있어 입지가 좁아진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를 참관한 후 "이 정도면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우리 국가를 감히 건드리는 날에는 미국이라는 침략국가도 무사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였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미사일 도발이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게다가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인해 사드 4기 임시 배치라는 초강경수를 뒀지만, 대북 대화 기조를 천명했던 만큼 난감한 상황이 됐다.
이러한 상황은 한미동맹의 균열 가능성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한미동맹의 골간인 유사시 한반도 미군 증원전력 전개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미국 동부와 남부 지역을 제외한 본토 상당 부분이 사정권에 들어가면서,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한반도에 증원전력을 파견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본토가 북한의 직접적인 핵 공격 위협에 노출될 경우 미국의 방위공약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될 수 있으며, 이는 곧 동맹의 '디커플링'(decoupling·이탈)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