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한해 약 9만건의 의료자문을 의뢰하고 180억원 정도를 자문료로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 의료자문은 보험계약자의 보험금 청구에 대한 적정성을 판단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다만 일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거부나 감액을 위한 방편으로 이를 악용하고 있어 보험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31일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올 1분기 보험사들은 총 2만1878건의 의료자문을 받았다. 생명보험사가 7352건, 손해보험사가 1만4526건을 의뢰했다.
보험사들이 1건당 2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추산할 경우 연간 8만7000여 건의 의료자문에 대해 180억원가량을 자문료로 지급하는 것으로 보인다.
생보사 가운데 의료자문을 가장 많이 의뢰한 보험사는 삼성생명으로 1분기 2690건(36.6%)을 차지했다. 이어 한화생명 1187건(16.1%), 교보생명 965건(13.1%) 등 순이었다.
손보사 중 가장 많이 의료자문을 의뢰한 보험사는 삼성화재로 같은 기간 3972건(27.3%)을 차지했다. 이어 동부화재 2298건(15.8%), 현대해상 2136건(14.7%) 등 순이었다.
금소연은 "의료자문비는 대부분 보험사가 원천세(기타소득세 3.3%)를 공제하고 자문의사에게 직접 지급해 병원 수입으로 책정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자문소견을 작성해 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 보험사의 자체 의료자문은 자문의가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고 진료기록만으로 진행된다. 자문서는 의사 이름이나 면허번호도 없는 익명 형태로 되어 있다.
금소연은 또 이에 대한 근거로 올 초 한국소비자원 발표 자료를 들며 "보험사가 자체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비율은 20.3%(전체 소비자원 민원 611건 중 124건 거절)로 연간 1만8000건 정도가 이들 자사 자문의의 의료자문 결과를 토대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소연은 아울러 "자문 현황 분석결과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감액하거나 지급을 거부하기 위해 특정 병원과 의사에게만 집중적으로 의료자문을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금융감독원이 자문 절차가 보험금 지급 거절 목적에 악용되는 것을 근절하기 위해 의료자문 현황을 투명하게 공시한다고 했지만 병원명과 자문건수만 공개했을 뿐 의사이름은 공개되지 않아 형식적인 공시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오중근 금소연 재해보상지원센터 본부장은 "자문의사의 명단을 공개해 보험사의 횡포를 근절시켜야 한다"며 "자문의 병원은 보험사 입장에서 일을 하므로 소비자가 병원을 선택할 때에는 반드시 자문병원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