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승마지원, 중간에 최순실 공작으로 퇴색."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48차 공판에서는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전 승마협회 부회장)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전 승마협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졌다. 피고인 신문이 시작되기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감돌았지만 특검의 무의미한 질문과 비협조적인 태도로 이날 재판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특검은 황 전 전무에게 정유라의 소속과 승마협회로 이동한 경위 같이 이미 밝혀진 사안들을 물었다. 황 전 전무는 "정유라는 전지훈련단의 일원으로 삼성에서 월급을 주는 삼성 승마단과는 관련이 없다"며 "2015년 7월 27일 인사가 나서 승마협회 부회장직을 맡았다"고 답했다.
특검은 "승마협회 부회장이 되고 나흘 만인 8월 1일 독일로 가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만났다. 상당히 급하게 만난 것 같은데 그럴 사정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황 전 전무는 "사장이 출장을 지시하기에 간 것 뿐"이라며 "8월 1일 독일에 도착했고 다음 날 박 전 전무를 만났다"고 증언했다.
박 전 전무와의 대화 내용에 관해 특검은 정유라 지원에 대한 내용이 아니었느냐고 추궁했다. 하지만 황 전 전무는 "올림픽 출전을 대비한 승마 선수들의 전지훈련 계획을 논의했다"며 "장애물과 마장마술 두 팀으로 각 4명을 선발하자는 논의가 나왔는데 결국 3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황 전 전무는 "박 전 전무가 마장마술에 정유라 선수, 장애물에 박재홍 선수를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정유라 선수는 최순실씨의 딸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설명을 들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니 어떻게 선발하더라도 뽑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재홍 선수는 전 승마 국가대표 감독으로 마사회 승마단에서 전지훈련 감독 겸 선수를 맡기 위해 파견을 나올 예정이었다.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맺은 경위도 다뤄졌다. 특검은 삼성이 코어스포츠와 전지훈련 선수 관리에 대한 용역계약을 맺은 것이 회사의 실소유주가 최씨였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특검이 최씨와 코어스포츠의 연관을 몰랐느냐고 묻자 황 전 전무는 "회사 등록증과 주주명부를 확인했지만 등장하지 않았기에 최순실씨가 소개해준 회사라고만 생각했다"며 삼성이 회사 뒤에서 움직이던 최씨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이어진 특검의 의혹 제기에 황 전 전무는 삼성이 최씨 존재를 알았다면 코어스포츠와 용역계약을 맺을 때 용역료를 깎았겠느냐고 반박했다. 황 전 전무는 "처음 코어스포츠에서 용역료로 300억원 약간 넘는 금액을 요구했는데 213억원까지 줄였다"고 강조했다.
최씨가 삼성 몰래 무단으로 마필을 바꿨다는 증언도 나왔다. 황 전 전무는 "지난해 10월 독일에 갔다가 최순실씨로부터 말을 바꿨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항의했지만 무시당해 사장님(박상진)께 보고했다"며 "안드레아스에게도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 사실을 안 박 전 사장은 직접 독일로 가 최씨에게 크게 항의했다. 이에 최씨는 '블라디미르를 팔아 비타나 값을 변제할 테니 스타샤나 라오싱 소유권은 넘겨달라'는 요구를 했고 박 전 사장은 완곡하게 거절하며 황 전 전무에게 최씨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날 공판은 오전 10시부터 황성수 전 전무에 대한 신문을 하고 이후 박상진 전 사장을 신문할 예정이었지만 특검이 재판 진행 절차를 방해한 탓에 오전 재판이 이뤄지지 못했다.
오전 10시 재판이 시작되고 피고인 신문을 시작하려 하자 특검은 돌연 "박 전 사장 신문부터 시작하자"며 진행을 막아섰다. 특검은 "박 전 사장 신문 자료만 가져왔다. 황 전
전무 신문 자료는 사무실에서 만들고 있는 중"이라며 "오전에 황 전 전무 신문을 하거나 변호인부터 신문을 하자"고 주장했다.
합의가 완료된 재판 일정을 막는 특검의 돌발 행동에 재판부는 오전 재판 휴정을 선언했고 오후 재판에서 황 전 전무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후 재판에서도 특검은 황 전
전무가 원하는 답변을 내놓지 않자 같은 질문을 계속해 눈총을 샀다. 특검의 불성실한 재판 태도에 재판부는 "피고인이 (특검의 주장하는) 혐의를 자백할리 있겠느냐. 원하는 답변이 안 나온다고 계속 질문하지 말고 빨리 진행하라"고 질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