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독대 전까지 승마협회 업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승마협회장 업무상 최순실씨나 정유라씨 임신설 등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특검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언이다.
김종 전 차관이 법정에 나와 한 증언은 모두 거짓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48차 공판에서는 승마협회장을 역임했던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졌다. 특검이 박 전 사장에게 "승마협회장을 맡았으니 승마계 인사들에게 최순실씨에 대한 소문을 듣지 못했느냐"고 묻자 박 전 사장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사장은 "스포츠단체장은 퇴임을 앞두고 있거나 퇴임한 사장이 명예직으로 하는 것"이라며 "삼성SDI 사장을 맡다가 물러나면서는 인수인계에 신경을 쓰느라 승마협회에 관심을 안 뒀고 직후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을 맡아 8개에 달하는 업무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승마협회에 관심을 안 뒀기에 어떤 소문이 도는지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정유라에 대해 알았을 것 같다"고 재차 질문했지만 박 전 사장은 "정윤회씨 딸이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인데 구설이 좀 있다는 정도로만 알았다"고 설명했다.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라거나 정유라씨가 임신과 출산을 했다는 이야기 등은 알지 못했다는 취지다.
박 전 사장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승마를 김종이나 김종찬과 상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해들었다"며 "대통령이 일개 스포츠단체 전무인 김종찬을 콕 집어 말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 때문에 김종찬 전무를 이전과 다른 마음으로 대했다"고 회상했다. 김종찬 전 승마협회 전무는 박 전 사장에게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소개했고 박원오 전 전무는 박 전 사장에게 최순실씨의 존재를 알렸다. 박 전 사장은 박원오 전 전무에게 들은 이후에애 최순실씨에 대해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 사장은 김종 전 차관의 증언은 모두 거짓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김 전 차관은 "박 전 사장이 '삼성이 정유라를 지원할 준비가 됐는데 (정씨가) 애를 낳아 말을 탈 상태가 아니다. 호전되면 바로 지원하겠다'는 말을 들어 놀랐다"는 증언을 한 바 있다. 박 전 사장은 "김종은 나와 언제 만났는지 시간을 특정하지 못하고 계속 증언이 바뀌었다. 저녁 식사에 누가 동석했는지, 누가 장소를 잡았는지도 끊임없이 말이 변하니 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관을 두 번째 만난 자리에서 정유라 출산 얘기를 했다는데 난 정유라를 잘 모른다. 겨우 두 번째 만나는 차관에게 그런 소리를 하는 게 이치에 맞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