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자동차보험료에 이어 실손보험료 인하에도 나설 지 관심이 집중된다. 손보업계는 정부의 서민부담 완화 정책에 따라 최근 자동차보험료를 잇따라 인하한 바 있다.
다만 업계는 실손보험료 만은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동차보험료는 손해율이 적정(77~78%) 수준으로 내려감에 따라 인하 여력이 생겼지만 실손보험은 여전히 높은 손해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1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 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사 5곳은 전년 동기 대비 45.8%나 급증한 1조8479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각 사 모두 이 같은 사상 최대 실적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낮아진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외제차량 렌트비 현실화, 경미 손상 수리비 지급기준 신설 등 보험업법 개정에 나서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5월 기준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삼성화재가 75.8%, 동부화재가 77.5%로 전년 대비 4.1%포인트, 5.6%포인트씩 개선됐다. 현대해상과 KB손보 역시 각각 77.7%, 77.8%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3.9%포인트, 3.6%포인트씩 개선됐다.
이에 따라 각 사는 이달부터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들어간다. 개인용 기준 삼성화재 1.6%, 동부화재 0.8%, 현대해상 1.5%, KB손보 1.5% 등 보험료를 각각 인하한다.
업계의 이 같은 방침에도 불구 정부는 현재 자동차보험료 뿐만 아니라 실손보험료도 인하해야 하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범위를 확대해오면서 손보사 수익성이 개선되었다는 주장이다. 그 결과 손보사들이 실손보험료를 인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다만 업계는 현재 실손보험 손해율이 120%를 넘는 등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20.7%로 업계 전체에 총 1조6000억원의 적자를 안긴 바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에 보험료 인하를 요구하기 전에 먼저 의료업계의 비급여 관행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며 "실손보험이 의료업계의 과잉 진료와 비급여 진료비 증가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올 상반기 대형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면서 정부의 실손보험료 인하 방침에도 힘이 실릴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