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군함도' 소지섭 "류승완 감독의 제의, 시나리오 보지도 않고 OK"
'군함도'는 고민을 던지는 작품
체력적인 것보다 심적으로 힘들어
관객에게 신뢰감 주는 배우 되고파
많은 수식어가 필요없는 배우 소지섭. 이름만으로도 묵직하고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그가 류승완 감독의 작품 '군함도'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소지섭은 '군함도'가 개봉 첫날 97만 관객을 동원하며 기대감을 입증했지만, 작품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는 게 사실이기에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뗐다.
"'군함도'는 이제 감독과 배우들의 손을 떠났기 때문에 남은 건 피드백(관객의 반응)들을 잘 수용해서 받아들여야 하는 거겠죠. 다만 직접 보고 느끼기 전에는 판단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전쟁(제2차세계대전) 당시, 군함도 안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면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군함도'는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 등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대거 출연, 그리고 '베테랑' 류승완 감독이 제작한다는 점에 그 어느 영화보다 주목을 받았다. 이보다 더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일제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을 당했던 군함도의 숨겨진 역사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영화는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국내에선 일본인과 조선인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지나치게 경계한 감독의 스토리 전개로 인해 일본의 만행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일본에서는 반일감정을 조성하는 '반일 영화'로 낙인찍혔다.
소지섭은 "역사적인 공간에서 만든 상업영화라고 생각한다"며 "군함도의 강제징용은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일본이 주장하는 '역사왜곡'은 받아 들일 수 없다. 상업영화이지만, 한번쯤은 고민해볼 수 있는 주제를 던진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류승완 감독과 함께 작업할 기회는 여러번 있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소지섭은 "이번 기회(군함도)가 아니면 두번 다시 류 감독과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시나리오를 읽어보지도 않고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류 감독님 자체가 궁금했어요. 꼭 한번 함께 작업하고 싶었는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시나리오를 보기도 전에 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내용을 보니까 걱정이 좀 되긴 하더라고요. 영화가 갖고 있는 주제,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이 작품에 필요한 사람인지 생각했죠."
'군함도'에서 소지섭은 경성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깡패 '최칠성'을 맡았다. 어떠한 이유로 군함도에 왔는지는 모르지만, 모두가 자신을 두려워하던 과거와 달리 그 안에서 굴욕과 치욕을 당하는 인물. 그럼에도 동료를 향한 투박한 정과 연민의 감정을 놓지 않는 인간적인 캐릭터다.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하면서 캐릭터를 구축해갔어요. 혹자는 캐릭터가 가진 전사가 없다고 실망하시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그 점이 담백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그 당시 강제징용된 사람들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끌려간게 아니잖아요. 칠성도 그런 인물 중 하나였던 거죠. 박무영(송중기) 캐릭터와 함께 액션씬이 많은 인물이었지만, 체력적인 것보다는 '군함도' 세글자가 주는 아픔과 스트레스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소지섭은 극 중 목욕탕에서 조선인을 관리하는 간부와 주먹다짐을 하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언급했다. 보호장비 하나 없이 촬영한 위험부담이 따른 장면이지만, 칠성이를 가장 많이 보여줄 수 있던 대목이었고, '군함도'의 첫 번째 액션이기 때문이라고. 이어 현장 스테프와 감독 모두가 최대한 안전을 생각하고 찍은 거라 수월하게 찍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소지섭은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원톱 주인공으로 출연해왔다. 이번 작품은 그가 처음으로 주인공이 다수인 작품에 출연한 것이기도 하다. 소지섭은 "쟁쟁한 동료 배우님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편하게(묻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그렇지만, 캐릭터들의 밸런스를 맞춰야 하고 그 안에서 (연기적으로)선의의 경쟁을 해야했기 때문에 혼자 주인공을 맡아 이끌어가는 것보다 힘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하지만, 함께 작품에 대해 논의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동료들이 많았다는 점은 너무 강력한 강점이었다고 생각하고 또 이런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주군의 태양'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각인된 20년차 연기 내공의소지섭이지만 인터뷰 내내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관객에게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대답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사실 영화로만 따지만, 작품 수가 많지 않아요. 물론 스코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영화 쪽으로는 아직까지 신뢰를 주는 배우는 아닌 것 같아요. 아직도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까, 즐길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해요. (배우라는 직업을) 단순히 돈벌이가 아니라 진짜 행복하고 즐기면서 해야 보는 이들도 그렇게 받아들일 거라고 믿거든요. 그래서 더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