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51차 공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전경. /오세성 기자
이재용 재판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3일 이재용 재판에서는 지난 2일 마무리하지 못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문과 특검·변호인단 사이 쟁점 공방을 진행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51차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재판은 이 부회장 신문으로 시작됐다. 전날에 이은 변호인단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자신의 치부도 드러내는 진솔한 답변을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 15일과 2015년 7월 25일, 2016년 2월 15일 총 세 차례에 걸쳐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를 가졌다. 특검은 2014년 1차 독대에서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호출을 받아 박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는데 5분이 안 되는 시간으로 기억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승마협회 인수와 선수 지원을 당부했다"고 회상했다.
부정한 청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님 와병 전까지 단 한 번도 대통령과 면담한 일이 없었고 그 때가 첫 경험이었다. 사전에 연락받은 것도 아니었다"며 "처음 겪은 자리라 대통령의 말씀을 듣다가 자리가 끝났다. 그 말씀이 이례적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룹 대표해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대통령을 만나니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당시 대통령이 정유라라는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고 저는 정유라가 누구인지도 몰랐다"며 "삼성은 과거 승마협회를 맡았던 적이 있고 여러 체육협회에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기에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청을 그 연장선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마친 이 부회장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에게 독대 내용을 알리며 "승마협회를 알아봐달라"고 말했다. '알아봐달라'는 표현에 대해 그는 "평소 쓰는 표현인데 이야기 내용을 확인하고 자체적으로 처리 여부를 판단·실행해달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후 삼성전자가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지만 승마지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2015년 독대에서 이 부회장은 질책을 받는다. 특검은 이때 이 부회장이 승마지원 내용을 직접 확인하며 정유라씨의 존재도 알았을 것이라 추정했다.
2차 독대와 승마지원에 관련해 이 부회장은 "여자분에게 싫은 소리를 들은 것은 처음이라 당황했다"며 "스포츠단체와 관련해 두 번이나 회의를 했는데 삼성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전 실장이 잘되고 있다 말하는 상황에서 내가 더 이상 할 게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LG, SK 등 기업의 사례를 통해 3차 독대에서도 청탁이 있었을 것이라는 특검 시각도 반박했다. 3차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JTBC 보도 논조와 홍석현 회장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기에 청탁이 이뤄질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비교가 안 되게 독대 분위기가 무거웠다"며 "JTBC 이야기를 하려고 불렀구나 생각했고 JTBC에 정치보복이 가해질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틀에 걸친 이 부회장 신문을 끝낸 재판부는 예정됐던 공방을 시작했다. 이재용 재판은 3일과 4일 각각 두 개의 주제를 두고 특검과 변호인단의 논리 싸움이 벌어진다. 3일은 '삼성의 현안과 부정한 청탁 여부'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의 불법성'을 주제로 공방이 진행됐다. 특검은 독대를 앞두고 청와대에서 작성한 대통령 말씀자료에 경영권 승계 관련 내용이 있는 것을 근거로 청와대가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을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일모직 상장과 삼성물산 합병, 순환출자 문제,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이 단계적으로 진행됐다"며 "최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후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려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생명의 경우 이미 지배력이 충분했고 삼성전자는 지분 1% 확보에도 큰 비용이 들기에 추가 지분 확보가 무의미하다"며 "삼성그룹은 이미 지분 확보를 통한 지배가 불가능한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능력에 따른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승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며 "특검이 주장하는 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승계 작업은 특검이 가공의 틀로 만든 허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