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사령관님과 가족들 이야기가 요즘 장안의 화제입니다.
사령관님과 나의 공통점이라면 군생활을 했다는 것 뿐입니다. 다만 2년2개월이란 짧은 시간을 40년씩이나 군에 몸바친 사령관님에 비교하면 '조족지혈'이라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강원도 전방에서 근무를 한 탓인지 군대시절 본인의 눈으로 본 가장 높은 군인은 연대장인 대령이 전부였습니다. 훈련소 퇴소식때 사단장을 멀리서 쳐다본 것 외에는 육군내 서열 3위라는 박 사령관님 같은 높은 분은 물론이고 심지어 별 하나인 준장도 구경 못해봤습니다. 이때문에 사령관님이 얼마나 높은 분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별을 네 개씩이나 달고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사령관님과 사모님 이야기를 들으니 당신과 나의 유일한 공통분모인 군생활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또래의 자식을 둔 사령관과 사모께서 공관병들을 마치 종 부리듯이 했다는 것에 다행히 슬하에 아들이 없는 내 자신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으니 말입니다.
맘대로 부려먹기 위해 공관병에게 호출벨을 착용하도록 한 것이나 식사 중에 떡국떡이 붙어있다고 공관병에게 뜨거운 국물에 손을 넣도록 한 것, 골프 연습 중 골프공 줍기, 휴가 나온 자녀를 위해 국민 세금이 들어간 공무차량을 사적으로 쓴 것 등 이미 국방부 조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만도 여론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군대를 갔다온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나라를 지키기보단 고참을 포함해 윗 사람을 지키다 군대 시계가 다 돌아간 경험쯤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하물며 사령관도 그러시는데 그 아랫사람들이 또다시 후임병을 부리는 것을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지요. 물론 군대를 거쳐간, 또 현재도 나라를 위해 군복무를 하고 있는 수 많은 전우와 또 그 윗 분들이 모두 사령관님과 같진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나 역시도 억지로 군대를 다녀왔지만 그 시절 만큼은 나라를 위해, 가족을 위해 한점 부끄럽지 않게 군생활을 했으니까 말입니다.
전역한지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은 김병장은 오늘따라 견장에 별 네개를 단 박사령관님이 참으로 가엽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