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초려일까, 인물난일까.'
현 정부에서 유일하게 격상·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초대 장관 인사가 늦어지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기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첫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2012년 18대 때부터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이번에 약속을 지키게 된 부처라 어느 자리보다도 장관의 무게감과 중요성이 상당하다.
중소기업계 내외부에서 '전문성', '현장경험'보다도 '중량감'과 '조직 통솔력', '부처간 조정능력' 등을 중기부장관이 갖춰야할 최우선 덕목으로 꼽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초 장관 적임자도 '중량급 정치인'이 유력했었다. 그러다 여당 출신 정치인들이 대거 기존 장관 자리를 차지하면서 중기부장관은 정치인보다는 전문성과 업계 이해도가 높은 학계 전문가 또는 중소·벤처기업인 출신으로 선회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오너 출신 기업인의 경우 '주식백지 신탁제도'(백지신탁) 문제로 공직 진출이 쉽지 않아 결국 첫 중기부장관 자리도 앞서 임명한 타부처 장관들처럼 정치인이나 교수가 맡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물론 초대 중기부장관 임명을 위한 키는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쥐고 있다.
8일 정부와 중소·벤처업계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 인선은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다녀온 이번주 초가 유력했었다. 이 때문에 7일이나 8일께 마지막 남은 중기부장관 윤곽이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중기부장관 인선에 대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면서 "오늘이나 내일 발표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사실상 첫 중기부장관 인선을 놓고 대통령이 '장고'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초대 중기부장관에 자의반, 타의반 거론된 인물로는 정치권의 경우 윤호중, 이용섭, 박영선 의원 등이, 학계에선 최장수 중기청장을 역임한 한정화 한양대 교수, 문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인 이무원 연세대 교수, 그리고 기업인 출신으론 벤처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한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국회의원을 역임한 이상직 이스타항공그룹 회장 등이었다. 이외에도 현재 중소·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다수의 오너출신 인사들도 장관 후보군으로 검토됐고, 실제 이중 일부는 신원조회까지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 중기부 장관 인선 과정에서도 공직자윤리제도에 포함된 '백지신탁'이 상당한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중기청장에 임명됐다 이 문제로 사임한 바 있다. 당시 황 회장은 중기청장이 될 경우 자신이 갖고 있는 회사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인지하고 결국 중기청장직 수락을 포기했다.
이 제도는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3000만원을 초과하고 관련 주식이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도록 하고 있다.
중소기업계 복수의 관계자는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를 장관이나 차관 자리를 한번하기 위해 오랫동안 키워온 회사 주식을 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면서 "당시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철주법' 등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후 쑥 들어갔다. (백지신탁)제도가 현장 경험이 풍부한 기업인들의 공직 진출을 막아 결국 정부의 '인재풀'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남은 중기부 장관 인선 지연은 관련 분야에 애정을 보이고 있는 대통령의 '오랜 고심' 외에도 제도적 한계로 인해 마땅한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중기부는 현재 비어있는 3명의 1급 실장 자리 가운데 창업벤처혁신실장에 대해선 민간인 또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모절차에 들어갔다. 이외에 중소기업정책실장과 소상공인정책실장 자리는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 등 타 부처에서 맡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