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애플을 바짝 추격하며 글로벌 시장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사진은 화웨이의 중저가 스마트폰 '아너(Honor) 9'. /화웨이
삼성과 애플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체제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 1위와 2위가 정체된 사이 3위가 치고 올라오는 형국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가 발표한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22.1%를 차지한 삼성전자였다. 2위는 11.4%로 애플이 유지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점유율이 정체 상태라는 점이다. 2016년 2분기 삼성의 점유율은 22.7%, 애플의 점유율은 11.8%였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점유율은 떨어졌지만 판매량은 삼성이 7760만대에서 7950만대로, 애플은 4040만대에서 4100만대로 늘어났다.
판매량이 늘었지만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원인은 시장이 성장한 수혜를 대부분 중국 기업이 차지한데서 찾을 수 있다. 2016년 2분기 대비 2017년 2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3억4150대에서 3억6040만대로 1890만대 증가했다. 같은 기간 IDC 집계에서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3200만대에서 3840만대로, 오포는 1800만대에서 2950만대로, 샤오미는 1470만대에서 2320만대로 늘어났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 3사에서만 판매 증가량이 세계 시장 증가율을 뛰어넘는 2640만대에 이른 것.
특히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화웨이는 2분기 시장점유율을 10.7%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11.4%던 애플과의 점유율 격차는 0.7%로 줄어들었다. 3분기는 아이폰 신제품을 기다리는 수요 때문에 애플이 가장 약세를 보이는 시기여서 글로벌 2위와 3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은 9월 말 아이폰8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부품 수율(전체 생산량 대비 정상 제품 비율)에 문제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 연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애플은 3D낸드 공급에 문제를 겪었다. 부품 공급을 맡은 SK하이닉스와 도시바의 수율이 나오지 않았고 결국 애플은 삼성전자에 제품 공급을 요청했다.
디스플레이 디자인도 문제가 됐다. 폭스콘 루오 종성 부사장은 웨이보에서 "'아이폰8'의 특별디자인 때문에 OLED 디스플레이의 수율이 60%로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아이폰8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있는데 디스플레이 상단이 튀어나온 '노치'(notch) 디자인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스마트폰은 상단에 스피커와 카메라 등을 두고 그 아래에 디스플레이를 배치하지만 아이폰8은 상단 중앙의 스피커와 카메라 부분만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디스플레이로 채우는 디자인을 채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디스플레이 불량률이 40%에 달한다면 아이폰8은 3분기 내 출시되더라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물량을 공급하기 어렵다. 이 경우 제품 흥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난해 LG전자가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G5의 경우에도 설계 불량으로 인한 초기 공급 물량 부족이 제품 흥행 실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초도 물량이 소량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KGI증권 밍치궈 애널리스트는 3분기 아이폰 초도 물량을 200만~400만대로 전망했다. 그간 애플은 신제품 출시 첫 주에 1000만대 이상을 팔아왔다.
미국 내 아이폰7 판매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점도 애플에게는 치명적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애플이 아이폰7과 아이패드 생산에서 퀄컴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조사하고 나섰다. ITC는 9월 중순까지 조사를 완료할 뒤 결정일을 정할 예정인데 만약 퀄컴의 손을 들어주면 미국 내 아이폰7 판매는 즉각 중지될 수 있다.
이에 비해 화웨이는 3분기 제품 판매량이 4000만대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부품업계 취재 결과 화웨이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P10·메이트9, 중저가 아너 라인업이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화웨이는 2021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높은 '가성비'를 무기로 유럽과 캐나다에 진출했고 3분기 미국에서도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포브스와 포춘 등의 글로벌 기업 순위에도 각각 88위와 83위에 진입하며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본 전자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다가 한국에게 역전 당했다"며 "이제는 중국에게 역전당하지 않기 위한 한국 기업들의 고민과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