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유통갑질 대책에 업계는 '긴장'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 과징금 부과 등 지속적인 법집행과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따른 납품업체 어려움은 지속됐다. 주로 유통업체가 자신의 영업이익 확보, 위험회피 등을 위해 납품업체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발생했다 이는 법위반으로 얻는 이익이 적발·제재에 따른 불이익보다 컸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납품업체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공정위가 13일 발표한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한 배경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내년부터는 TV홈쇼핑과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상대로 내년 불공정행위 집중점검 한다. 유통업체들의 자정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유통분야에도 공시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판매수수료 공개대상 확대, 납품업체 종업원 사용시 대형유통업체의 인건비 분담의무 명시, 판매분 매입 금지 등이 포함된 중소 납품업체 권익보호 강화에 나서면서 중소 납품업체들은 피부에 와 닿는 변화가 많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판촉행사에 납품업체 종업원을 사용할 경우 비용을 분담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되면서 식품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새정부 들어 입지 제한 및 의무 휴업 등 대형 유통시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어서 업계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다음 타깃 홈쇼핑·SSM
공정위는 일상적인 법 위반 감시 및 제재와 별도로 매년 민원이 빈발하는 분야를 중점 개선분야로 선정해 거래실태를 집중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TV홈쇼핑과 SSM이 집중점검 대상이다.공정위는 처음으로 SSM에 대대 점검에 나선다. TV홈쇼핑은 과거에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바 있고 매년 수수료율이 공개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TV홈쇼핑과 SSM은 최근 집단적 민원이 발생하는 분야"라며 "유통업은 표준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서 제도 규제보다는 유통채널별로 직권조사하는 방식이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유통업체에 내야 하는 판매수수료, 판매장려금, 각종 비용 공제 등 납품업체에 중요한 거래 조건을 공정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대규모유통업거래 공시제도도 도입된다. 현재는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거래 조건 중에서 판매수수료 이외 다른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대형유통업체가 납품업체와의 거래 조건을 스스로 공개하면 판매장려금 부당 수취, 각종 비용 전가 등 갑질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공정위는 전망했다.
◆대규모유통업법 집행체계 개선
내년부터 대형유통업체의 고질적·악의적 불공정행위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 최대 3배의 배상 책임을 물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은 상품대금 부당감액, 부당반품, 납품업체 종업원의 부당사용, 보복행위 등이다. 지금까지 납품업체는 소송제기 등을 통해 대형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에 대응해왔지만 소송에서 이겨도 실제 손해 배상만으로 피해 구제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시·도별로 공정거래조정원과 동일한 법적 권한을 가진 분쟁조정기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추진된다. 공정거래조정원이 서울에만 있어 지역 소재 납품업체는 조정원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공정위는 분쟁 조정 기능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실태를 점검하고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이양하는 안도 논의 중이다.
법 위반금액 대비 과징금 비율인 과징금 부과기준율은 현행 30∼70%에서 60∼140%로 상향 조정된다.
법 위반은 확실하지만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매출액 등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을 때 부과하는 정액과징금 상한은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라간다.
정액과징금 부과 요건도 '매출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서 '납품대금이나 임대료 등 위반금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로 개선된다.
◆납품업체 인건비 부담
공정위가 이날 발표한 규제안에 따라 납품업체가 주로 부담해 온 대형마트, 백화점 등의 판촉행사 비용을 이르면 내년부터는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 공정위는 측은 판촉비용은 대형유통업체와 납품업체가 분담하도록 법제화돼 있지만 판촉에 사용된 납품업체 종업원의 인건비에 대해서는 분담규정이 없으며 이에 납품업체가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대형마트 A는 20개 점포에서 20일간 와인 시음행사를 실시하면서 50개 납품업체로부터 종업원 100명을 파견 받아 하루 8시간씩 행사에 투입하면 20일간 납품업체 종업원 인건비는 총 1억2800만원이 소요된다. 이번 대책으로 대형마트 A는 납품업체 종업원을 모두 적법하게 사용해도 인건비의 50%인 64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대형마트 A가 납품업체 종업원을 부당 사용하면 과징금은 6400만원의 두 배인 1억2800만원, 손해배상액은 3배 증가한 3억8400만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정책에 비용증가를 우려한 유통업체가 시식 및 이벤트 행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시식 행사 등을 진행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은 주로 신제품 홍보 등 제조사의 필요에 의해 파견된다"며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으로 유통업체가 이들의 인건비를 분담해야 한다면 추가로 들어가는 부담금이 상당하다. 아마 지금처럼 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서 시식은 굉장히 효과 적인 마케팅이다. 그러나 비용이 발생한다면 마트 입장에서는 행사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