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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선장 없는 삼성… 외국인 주주 먹잇감 전락할까

엘리엇 사태 재발 시 방패 없어



법원이 이재용 부회장에 징역 5년을 선고함에 따라 삼성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선장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장기화됨에 따라 삼성의 경영 시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7일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의 혁신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 경쟁력 상실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소기업청 수석고문을 역임한 와인버그는 최근 허핑턴 포스트를 통해 '삼성이 제2의 소니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남겼다.

이러한 우려에는 기업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태생적 차이에 있다. 리더십을 인정받거나 막대한 지분을 가져 기업을 지배하는 오너는 이사회를 통해 주주들에게 고용되는 전문경영인에 비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

삼성은 올해 상반기 반도체 사업에서만 14조3400억원을 벌어들였다. 매출은 33조24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3%를 넘어섰다. 100원을 팔면 43원이 수익이었다는 의미다. 반도체 사업이 삼성전자의 캐시카우가 됐지만 과거에는 눈칫밥 먹는 군식구에 불과했다.

이건희 회장이 1974년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계기가 마련됐다. 이건희 회장의 이분 인수에 대해 당시 시장에서는 무모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반도체 사업은 막대한 적자를 거듭한 탓에 자본금이 순식간에 잠식됐고 소위 '잘 나가는' 사업에 붙어 연명하는 '미운 오리 새끼' 신세를 면치 못했다.

1983년 3월 이병철 선대 회장이 '도쿄 구상'을 발표하고 1988년 이건희 회장이 스택 방식의 D램 생산을 결정하며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2007년 반도체 업계가 불경기를 겪을 때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이에 반해 전문경영인은 주주의 입김에 영향을 많이 받기에 공격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과거 세계 전자 업계를 좌우하던 일본의 소니는 1990년대 기술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고 종합가전기업에서 게임기 회사가 됐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소니의 몰락에는 전문경영인체제가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1995년부터 2005년 소니를 이끌었던 이데이 노부유키 전 소니 회장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워크맨, TV 등으로 선도하던 전자기기 시장에서 삼성, LG에 밀려나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데이 노부유키 전 회장은 "패러다임이 바뀌면 이전 비즈니스 모델은 잘 안 된다"며 "인터넷의 등장이라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당시 눈치 채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2005년 소니는 영국 출신의 전문경영인 하워드 스트링거를 CEO로 선임하지만 그는 단기적인 주주 이익 실현에 급급한 나머지 연구개발을 등한시하며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을 단행해 소니의 경쟁력을 깎아내는 결과를 낳았다.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인텔 역시 전문경영인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단기적인 실적 관리에 몰두하며 시장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주는 결과를 낳았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지난해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직원 1만2000명을 해고하며 1조8000억원을 보전했다.

이 과정에서 해고된 인력 대부분은 반도체 설계·개발 인력이었고 인텔은 결국 미세화 기술에서 삼성·하이닉스에 추월당하는 한편 PC CPU 시장에서도 AMD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삼성은 오너가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전문경영인들에게 힘을 실어주면 경영 일선에서는 전문경영인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오너 부재가 장기화됨에 따라 재계에서는 향후 삼성전자에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이 강해지며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주주 배당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주주의 손에 놓였으며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해외 투기 세력이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며 경영에 간섭하려 든 전례가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는 외국인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자사주 소각과 분기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외국인 주주들이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을 더욱 요구할 경우 삼성전자는 고용과 투자를 줄여 주주 이익을 늘리는 결정을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삼성의 미래 경쟁력 손실은 피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은 불가피하게 주주에게 휘둘리는 면이 있다"며 "삼성의 경우 오너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그러한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그러기 어려워졌다. 호랑이가 없으면 여우가 왕 노릇을 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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