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A씨. 지난해 손님 3명을 태우고 가다가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했다. 역시 택시기사였던 B씨의 잘못이 인정돼 A씨와 승객들은 합의금과 보험금을 받았다. 몇 달 뒤 B씨는 C씨의 택시가 급정거를 하는 바람에 앞 차와 접촉사고를 냈다. C씨와 당시 타고 있던 승객 3명은 병원에 입원했다가 합의금을 받고나서야 퇴원했다. 서로 다른 사고로 보이지만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공범이었다. 사고가 났던 당시 A씨의 차엔 C씨가 있었고, C씨의 차엔 A씨의 차에서 사고를 당했던 손님 중 일부가 있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짜고 자동차 사고를 내는 등 자동차 보험사기 혐의자 132명이 적발됐다. 전직 보험사 직원이 의심을 피하기 위해 배우자를 동원하는가 하면 서로 알고 지내던 택시나 대리운전 기사들이 역할을 나눠 여러 차례 고의사고를 내기도 했다.
사실 이런 보험사기 공모는 적발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빅데이터 정보를 활용해 몇몇 혐의자를 중심으로 사고조사 기간을 5~7년까지 늘이고, 동승이나 사고관계를 살펴봤더니 개별 교통사고가 공모형 사기로 걸러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능적 자동차 보험사기를 적발하기 위해 빅데이타에 기반한 보험사기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직적 공모형 자동차보험사기 총 31건, 혐의자 132명을 적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이 편취한 보험금은 49억원 규모였다.
이 중 지인들 간에 가해자·피해자 역할을 분담해 공모한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건은 6건, 20억원 규모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공모하면 보험사를 속이기 쉽다는 점을 악용했다.
또 3명 이상 다수가 동승하거나 공모해 차선변경이나 법규위반차량 등을 대상으로 고의사고를 내고 적발된 건은 12건, 18억원이다. 자동차 사고의 동승자는 과실에 관계없이 손해액 전액을 보상받는 점을 이용해 모두 고액의 대인 보험금을 편취했다.
실제 서로 알고 지내던 전직 보험사 자동차대물 보상담당자와 자동차사고 현장출동 직원 등 5명은 최근 6년간(2011년 1월~2016년 12월) 인천광역시 일대에서 차사고 3건을 공모하고 무려 26건의 고의 접촉사고를 유발했다. 보험사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배우자를 동원하고, 지인과 경미한 접촉사고를 내는 등의 수법으로 고액의 합의금과 미수선 수리비를 청구했다. 이들이 10개 보험회사로부터 가로챈 보험금은 1억3700만원 안팎에 달했다.
더 규모가 큰 경우도 있다. 충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대리운전 기사 24명은 최근 6년간 조직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역할을 분담해 보험금을 타냈다. 서로 짜고 경미한 차량 접촉사고를 낸 것만 45건이며, 차선을 바꾸거나 법규를 위반한 차량 등을 대상으로 고의사고를 유발한 것은 무려 350건에 달한다. 이들이 11개 보험회사로부터 받아낸 보험금은 15억5900억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자동차보험사기 적발건에 대해 사법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며 "이와 함께 조사기법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조직적·지능적 공모형 보험사기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