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올해 3월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의 취업률이다. 대졸자의 취업률 역시 97.6%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구인난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한국에선 100명이 63개 일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때 일본은 한 명이 2~3개의 일자리를 놓고 어디를 갈 지 고르는 상황이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29일 발표한 '일본의 구인난 원인 및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아베노믹스 이후 일본은 구인난이 심각해지며 지난 5월 신규구인배율(신규 구인자수/신규 구직자수)이 2.31배로 1963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직자 한 명이 2.3개의 일자리 중에서 골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지난해 대졸 취업자 41만8000명 가운데 39만9000명인 95.5%가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신입사원 채용이 워낙 어렵다보니 '오와하라(おわハラ)'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최근 일본 회사에서 만연한 행태로 이제 구직활동을 끝내라(오와레)고 괴롭히는(하라) 것을 뜻한다.
일본은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을 저점으로 기업들은 일자리를 늘리기 시작했지만 노령화 등으로 생산가능인구는 줄었다. 특히 2013년 아베노믹스 이후 엔화약세와 법인세 감면 등으로 실적이 좋아진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린 데다 해외로 나갔던 제조업들이 돌아오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반면 한국은 구인배수 0.63배로 63개의 일자리를 두고 100명이 다투는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다. 저성장에 생산가능인구도 지난해까지 꾸준히 늘었다.
한국과 일본의 구조적인 차이도 있다. 일본은 매출규모가 큰 대기업 수가 많고,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경쟁력 높은 기업이 많아 업체 종사자수가 많은 편이다.
대기업의 경우 업체수는 일본이 한국의 3.5배지만 종사자수는 7.4배나 더 많다. 중소기업 업체수는 비슷하지만 종사자 수는 일본이 2.4배나 많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단순 하청업체가 많은 탓이다.
구직자들이 대기업으로만 쏠리는 것도 한국의 취업난을 심화시켰다. 일본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많아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크지 않은 반면, 한국은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일본은 중기업이 대기업 임금의 83.2% 수준이지만, 한국은 73.2%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65.1%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구직자들이 일단 대기업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경제금융팀 연구위원은 "대기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고, 우수 중소기업을 대기업 규모로까지 육성해야 기업의 고용창출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대기업 쏠림현상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중소기업의 임금 개선, 인프라 강화, 복지확대 등 근로환경개선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