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언론개혁 쟁취를 위한 언론노조 총력투쟁 선포식'에서 전국언론노조 소속 언론인들과 참석자들이 '세상을 밝히자'라고 적힌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적폐청산'의 일환인 방송개혁을 위한 '방송관계법 개정'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 사장 인사와 관련해 야당들을 중심으로 정부·여당의 '방송장악'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논란의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해 "최선은 물론 차선도 아닌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는가"라며 사견을 밝히면서부터다.
현재 KBS와 MBC 이사는 11명과 9명으로 여야 비율이 각각 7대4와 6대3이지만, 방송법 개정안에는 각 방송사의 이사진을 13명(여당 7명, 야당 6명)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공영방송 사장의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방송법 개정안의 취지이지만, '소신없는 공영방송 사장'이 과연 최선이냐는 것이 문 대통령의 지적인 것이다.
이에 야당들은 즉각 문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권이 결국 '방송 자유'라는 가면을 벗고 '방송장악'이라는 민낯을 드러냈다"며 "코드 사장이 임명될 수 있도록 방송법을 개정하라는 주문 아니냐"고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도 민주당이 야당 시절 개정안에 대해 '뒤집기'를 시도할 경우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을 재검토하거나 철회한다는 것은 아니다"면서 "개정안을 유지하되 혹시 더 좋은 안이 있으면 보완할 수 있을지 방송통신위나 정부와 협의해 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게다가 공영방송의 중립성 담보를 위해 도입하려는 특별다수제에 대해서도 정치계, 언론계 등 의견이 분분해 오히려 논란의 불씨가 거세지고 있다.
특별다수제는 재적 이사의 2/3 찬성을 통해 공영방송 사장이 선출되는 제도다. 현재는 재적 이사 과반 이상 찬성이 나오면 공영방송 사장으로 선출된다.
이처럼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정기국회와 올해 말 예정된 공중파 방송 재허가 심사 과정 등에서도 방송법 개정안과 관련된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방송법 개정과 관련해 '통합방송법' 제정을 통해 무너진 방송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언론공정성실현모임 주최 토론회에서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상호 연구팀장은 "이명박 정부는 언론장악을 위해 미디어법을 개정하는 등 우회적으로 방송의 산업화 정책을 폈다. 박근혜 정부도 규제 완화 등 유료방송 중심 정책으로 방송의 공적 영역 퇴행을 유발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의 유료방송 규제 체계 정비를 넘어서서 진정한 통합방송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 통신 융합 또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는 산업성과 공익성 복원의 양립이 요구된다"며 "통합방송법은 규범적인 성격과 함께 사업적인 성격이 동시에 존재하도록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팀장은 "특히 방송과 통신의 중간 영역에 해당하는 융합 서비스에 대한 규제 해석상 갈등이 계속 발생한다"며 "새로운 미디어 등장에 따른 매체별 획정, 이와 연계된 경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미디어연구소 양문석 이사장 또한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파괴적으로 훼손됐다"면서 "무지하고 무능한 공영방송 경영진이 이제는 물러나야 하는데도 버티고 있다. 이런 상황이 다시 시민의 힘으로 돌파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