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뒤 한 달 동안 신용대출이 올 들어 최대치로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니 개인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8월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93조918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말 92조5289억원 대비 1조3891억원이나 늘었다. 7월 증가규모 7010억원의 두 배에 달하며, 지난해 8월 2조370억원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여기에 7월 말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증가분까지 감안하면 신용대출 잔액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개인신용대출만 취급하고 있으며, 지난달 27일 오전 7시 기준 여신 잔액은 1조4090억원에 달한다. 5개 시중은행과 합하면 개인신용대출이 어림잡아 3조원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자금이 부족하게 되자 신용대출로 가능한 지 문의가 많았다"며 "여기에 이달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까지 예고되어 있어 마이너스통장 같은 경우 일단 한도를 받아놓고 보자는 수요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8·2 대책이 발표된 이후 은행업 감독규정이 개정되기 전인 22일까지는 투기지역의 6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LTV·DTI가 40%로 낮아졌다. 이후 23일부터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가격 등에 관계없이 LTV·DTI가 일괄 40%로 적용됐다.
대책 발표와 동시에 대출 규제가 이뤄지면서 주택구입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 쏠린 것으로 보인다. 원칙적으로는 주택구입을 위해서는 신용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자금 용도를 다르게 기재하거나 주택구입에 앞서 미리 받아놓는 등 시간차를 두는 등의 편법을 쓰면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감독당국이 경고에 나섰지만 풍선효과를 누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가계부채는 줄지 않고 질만 나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통상 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은 금리는 높은 반면 만기는 짧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동향을 점검한 뒤 "강화된 대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신용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을 취급하는 등 편법을 부추기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현장점검 등을 통해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신용대출이 늘었다고 주담대 잔액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지난달 말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369조13억원으로 전월말 대비 2조4650억원이 늘었다. 방학 중 이사가 많은 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올해 들어서는 지난 6월 2조748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다만 8·2 대책의 대출 규제가 본격 시행된 지난달 23일 이후로는 주담대 신청이 줄어드는 분위기다. 지난달 23∼25일 5대 은행에 접수된 주담대 신청 건수는 하루 평균 1635건으로 대책 발표 이전 대비 절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