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린 보험업계가 금융당국의 자동차보험·실손보험 제도 변경 등으로 인해 하반기에는 기대치보다 낮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은 올 상반기 2조97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등 전년 동기 대비 7058억원(31%)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손해보험사 역시 같은 기간 5112억원(25%) 증가한 2조53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다만 이달부터 금융당국이 교통사고 시 과실 비율이 적은 피해자는 보험료 할증 폭을 낮춰주고 그만큼 인하되는 보험료는 손해보험사가 부담토록 보험업법을 개정하면서 손보사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와 피해자의 보험료를 무조건 같은 비율로 올리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과실비율 50% 미만인 피해자의 보험료 할증은 완화시켜 보험료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권순찬 부원장보(사진)가 지난 7월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과실비율에 따라 자동차보험료 할증폭을 차등화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금감원
지금까지는 교통사고 시 과실비율을 조사해 가해자(과실 50% 이상)와 피해자(50% 미만)를 구분, 보험 갱신 때 보험료를 올려 왔다. 당국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자동차사고 피해자 약 15만명의 보험료가 평균 12.2%, 151억원(2016년 기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올 하반기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차량 침수 피해가 급증하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손해율 상승과 함께 교통사고 시 손보사 부담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실적 악화가 예견된다.
실제 지난 7월 기준 '업계 1위'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4%로 전달 78.0% 대비 상승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도 각각 75.8%에서 78.7%, 78.2%에서 82.1%로 손해율이 상승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손해율 하락을 이유로 손보사들이 잇따라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단행해 왔다"며 "하반기 여름철 폭우로 인한 차량 침수 등이 산정돼 다시 손해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르면 연말 유병자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손보험을 도입하겠다는 당국의 방침도 보험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손보험은 현재도 손해율이 높은 상황인데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병자와 고령층까지 받아 줄 경우 손해율 상승에 따른 보험사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현재 실손보험 손해율은 133.4%로 지난 2015년 122.1%, 2016년 131.3%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민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여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공감하는 바이지만 수요 조사 없이 무리하게 정책을 시행할 경우 보험사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