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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스타인터뷰] '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 "분장대신 스스로 늙음 택한 이유는..."

설경구/쇼박스



[스타인터뷰] '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 "분장대신 스스로 늙음을 택한 이유는…"

감독과 끊임없는 대화로 캐릭터 완성

알츠하이머에 걸린 전직 살인범 役

소설보다 입체적인 캐릭터에 재미↑

체중 증감에 따라 캐릭터 이미지에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순 있다. 하지만 '나이'까지 연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배우가 있다. 영화 '박하사탕' '오아시스'부터 최근 '불한당'까지 어떤 작품도 쉬운 게 없었던 설경구가 그 주인공이다.

데뷔 25년차 설경구에게도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감독 원신연) 속 병수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 '살인자의 기억법'을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다. 열다섯 살, 가정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우발적으로 죽인 뒤 살인을 청소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살아온 연쇄살인범. 동물병원 원장으로 17년동안 살인 본능을 억누르며 살아왔지만,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게 되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우연한 접촉사고로 태주(김남길)을 만나 그가 직감적으로 살인자임을 느끼고 쫓기 시작한다.

설경구는 기억과 망상을 오가며 혼란에 빠져드는 병수를 연기하기 위해 특수분장대신 스스로 늙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극한의 체중감량을 감행함은 물론, 끊임없이 감독에게 질문을 던지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설경구/쇼박스



"영화 '나의 독재자' 때 특수분장을 했었는데 7시간 이상 촬영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준비과정에만 촬영하는 시간만큼 공을 들여야 하고, 무엇보다 제가 갖고 있는 표정을 다 못쓰는 기분이 들었어요. 특수분장 안에서 안면근육을 쥐어짜내듯 써야 중간정도의 표정 연기가 나오더군요. 역할을 준비하면서 체중 감량만으로 훅 늙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병수가 어떤 삶을 살았을까'에 모든 신경을 쏟았어요." 설경구의 변신에 더욱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앞전에 개봉한 '불한당'과 고작 7개월 텀을 두고 찍었기 때문이다.

설경구는 원작도 좋았지만, 영화로 재탄생한 '살인자의 기억법' 속 캐릭터들이 좀 더 입체적이라고 입을 열었다.

"캐릭터들을 기능적으로 잘 쓴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병수만 봐도 상당히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캐릭터고, 태주도 소설 속에서는 비중이 거의 없는데 각색하는 과정에서 태주의 역할을 제대로 살린 것 같아요. 관객이 좀 더 집중해서 극을 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는 캐릭터들이 탄생한 거죠."

설경구/쇼박스



체중을 극한으로 뺀 설경구는 극 후반부에 체중을 12kg 증량한 김남길과 몸싸움을 벌인다. 게다가 상대 배우의 목을 조르기도하고, 목졸림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정말 아찔했다. 케이블 타이에 온몸이 묶인 채로 다락방 문고리에 목이 졸리는 씬이 있는데, 연기에 몰입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과하게 몸을 움직인 적이 있었다"며 "하체에 힘이 풀리면서 몽롱해지더라. 잠깐 쉬고 촬영을 이어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상대의 목을 조르는 씬에서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만 졸라야 하는데, 당하는 입장도 하는 입장도 무척 부담스럽다. 황석정 씨와 촬영할 때 '조금 더 졸라도 된다'고 하더라. 내가 못하겠더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병수의 살인습관을 깨우는 의문의 남자 태주를 연기한 후배 김남길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남길 씨는 매력적인 마스크를 갖고 있어요. 사람좋은 미소를 짓는듯 하면서도 싸한 느낌을 주는 표정이 이번 작품에서 빛을 발했죠. 아마 병수보다도 고민이 많았을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태주는 관객과 심리적인 줄타기를 하는 캐릭터거든요. 혼선을 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다 보여줄 수도, 다 숨길 수도 없었을 거예요. 김남길 씨의 연기 덕분에 영화가 더욱 긴장감있게 그려지지 않았나 싶어요."

살인자의 기억법 포스터/쇼박스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이라는 단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쉽지 않은데 전직 연쇄살인범이다. 하지만, 딸 은희(설현)를 지키려고하는 부성애도 갖고 있다. 설경구는 캐릭터에 대한 해결 못할 고민들이 머릿 속에 맴돌아 '살인자의 기억법'을 찍는 동안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었다.

"'기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죠. 찍으면서도 느꼈던 게 '진짜 치매에는 걸리지 말아야 한다. 내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도 내 것이 아닌 게 된다'라는 거였죠. 이 영화는 과연 해피엔딩 일까요? 저는 '진짜 비극이다. 큰일났다 김병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억을 잃는다는 건 정말 너무 무서운 일인 것 같아요."

늘 독한 변신으로 관객의 기대감을 한몸에 받은 설경구는 올해 나이 50이다. 인생의 절반이 지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현재, 그는 지금이 지나간 과거보다 더욱 새롭고 싱그럽다고 했다.

"'한 작품이 끝났다. 또 한 작품 시작하겠구나'하던 때도 있었어요. 올해 '지천명' 좀 더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것 같아요. 저는 연기를 단순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고민을 안하면 안하는대로 캐릭터가 보여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고민한다고 모든 고민이 캐릭터에 묻어나는 것도 아니지만, 조금 더 고민을 해야 새로운 얼굴이 나오지 않을까요?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작품 속 캐릭터에 좀 더 호기심을 가지려는 자세를 유지해야죠."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쇼박스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쇼박스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쇼박스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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