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고령자의 보장성보험(건강보험 등) 가입 비중이 전체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사회가 빨라지고 있지만 노후 건강을 챙길 안전장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6일 "우리 사회의 고령화 준비는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며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뿐만 아니라 노인 교통과 주거,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가)고령화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노후에 필요한 의료비는 대략 얼마쯤일까.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이에 대해 평균 8100만원이라고 분석했다. 65세 이상 남성은 평균 7030만원의 진료비가, 여성은 이보다 많은 9090만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난 2013년 만해도 평균 의료비는 65세 이상 남녀 각각 5140만원, 6840만원으로 집계(한국보건산업진흥원)됐으나 불과 4년 만에 크게 증가했다.
실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노인들의 의료비 지출액은 급증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국민들이 지출한 의료비는 64조6623억원으로 10년 전인 지난 2006년 24조7968억원 대비 2.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6조566억원에서 24조5643억원으로 4.1배 급증했다. 특히 노인 1인당 연간 약 330만원의 의료비를 지출하는 등 생애의료비의 절반 이상은 65세 이후에 지출했다.
◆ 보장성보험 가입 노인, 10명 중 1명
다만 노후 의료비 담보를 위한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 가입 비중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의 진료비 발생규모는 전체의 36.8%를 차지한 반면 보장성보험 가입 비중은 10.31%에 그쳤다. 나머지 90% 정도가 청년과 중·장년층이었다. 은퇴 이후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보장성보험 가입을 해지하는가 하면 보험 관련 지식이 부족한 이유로 분석된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인구고령화, 장기간병 등 의료수요 증가, 의료장비·시설의 고급화 등으로 인해 노후 의료비가 가계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급증하는 의료비에 대한 대비책으로 보험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고액의 의료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막겠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실제 그간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하기 위한 지속적 노력에도 불구 건강보험 보장률은 지난 10년간 60% 초반에서 정체되어 있는 등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 효과가 미흡했다. 일반 보험을 통한 노후 의료비 보장이 충분하지 못하단 상황도 고려됐다.
◆ 의료비 부담 낮추겠다는 정부
'문재인 케어'로 명명된 정부의 이번 대책에는 오는 2022년까지 총 30조6000억원이라는 거금이 투입된다. 특히 정책 초기 재정을 집중 투입(전체의 56%)해 조기에 보장성 강화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보장성 강화 대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해 6조9000억원 등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확대하고 보험료 부과기반을 높이는 등 수입기반을 확충한다. 또 비효율적 지출을 줄이기 위해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예방주심의 건강관리 등 재정절감대책도 병행하여 보험료 인상률을 통상적인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 시행으로 국민 부담 의료비는 지난 2015년 기준 50만4000원에서 41만6000원으로 약 18%, 비급여 부담은 64%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보장성 확대로 인한 예산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에 더해 국가가 관련 재원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당장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영향이 큰 민간 보험업계의 수익 감소에 대한 우려도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되면 보험사 부담이 줄어 정부가 보험료를 낮추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당장 실비보험 가입 필요성도 사라져 업계로선 이익 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섰다. 일명 '고령사회'로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전체 인구의 7%)'에 들어선 이후 불과 17년 만이다. '노인 대국' 일본이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24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