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7일 오전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한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7일 "세계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지속해 온 아시아 경제가 최근 성숙단계에 진입하면서 생산요소 투입 증가에 의한 외형적 성장전략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며 아시아 경제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획재정부와 한은, 국제통화기금(IMF), 피터슨연구소(PIIE)가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국제컨퍼런스에서 일각에서 지적하는 아시아 경제의 기존 성장전략에 대한 한계를 언급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개회식 환영사를 통해 "아시아 경제는 과거 50~60년간 빠른 성장세를 지속하며 세계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며 "잉여 노동력과 후발자 이익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전략이 주효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과정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출과 내수 등 부문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는 (아시아 경제의)지속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처럼 아시아 경제가 직면한 현실에 대해 향후 성장 패러다임 전환, 경제 리밸런싱, 인구고령화 대응 등을 통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아시아 경제는 이제 생산요소 투입에 의한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혁신에 의해 주도되는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와 관습을 선진화하고 혁신을 자극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유인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고 기술개발(R&D) 투자를 활성화해 신기술과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또 아시아 경제가 수출주도 성장에서 수출과 내수 간 균형잡힌 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내수 확대를 위해선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높은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하여 성장과 고용, 내수 간 선순환구조를 구축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내수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거시경제정책이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마지막으로 인구고령화 대응을 통해 기조적 저성장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는 이 총재 외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등이 참석했다. 이날부터 8일까지 양일간 '아시아의 새로운 성장모델 가능성', '아시아 국가의 구조적 저성장 위험과 재정정책의 역할' 등 강연과 토론이 진행된다.